“가슴이 벅차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 전화에 너무 기분 좋더라”.
박태호 영남대 야구부 감독은 대구고 시절 제자였던 이범호 KIA 1군 타격 코치의 감독 승격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물러난 가운데 새 사령탑을 물색했던 KIA는 이범호 1군 타격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계약 조건은 2년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범호 감독은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으며 2019년까지 현역 생활을 하며 1군 통산 200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1리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954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통산 만루 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2021년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KIA는 이범호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태호 감독은 이범호 감독이 꼽은 최고의 스승이자 은인이다. 그는 은퇴 인터뷰를 통해 “야구 선수 이범호를 '만든' 은인을 꼽는다면 어릴 때 은사를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영남대 감독으로 계시는 박태호 감독님이다. 그저 그런 선수였던 나를 참 많이 연습시켰다. 당시에는 코치셨다. 38-39도 무더위에 1시간 동안 펑고 받고, 3년 동안 나를 단련시켜주신 분”이라고 했다.
13일 오전 기자와 통화가 닿은 박태호 감독은 “가슴이 벅차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 전화에 너무 기분 좋더라. 감독 이전에 대구고 선배로서 모교 출신 프로야구 1군 감독이 나왔다는 게 너무나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고 환히 웃었다.
또 “이범호 감독을 만난 지 30년 가까이 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늘 겸손하고 마음 씀씀이가 다르다”면서 “훈련량이 많든 적든 늘 열심히 하고 볼때마다 ‘참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박태호 감독은 이범호 감독을 초보 사령탑이 아닌 준비된 리더라고 여겼다. “어릴 적부터 리더십이 남달랐다. 언제나 동료들을 잘 챙기고 항상 팀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리더로서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 정말 잘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한번 축하하고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텐데 잘 극복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승승장구하길 바란다”면서 “큰 일을 맡게 됐는데 항상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IA의 새 지휘봉을 잡게 된 이범호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 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범호 감독은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