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고우석(25)이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놀랐다. 메이저리그의 인프라와 선수단 규모를 실감했다.
고우석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스프링 트레이닝 첫 불펜 투구를 했다. 비자 발급이 촉박하게 진행되면서 지난 9일에야 출국한 고우석이지만 이날 샌디에이고 투수·포수조 훈련 첫 날을 맞아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훈련을 마친 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고우석은 “어제(11일)도 훈련을 가볍게 했다. 바로 불펜 피칭을 했는데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다. 시차 적응이 조금 덜 됐지만 잠을 잘 자서 컨디션은 좋다”며 “(투구수는) 27개에서 30개 초반 사이로 던졌다. 한국에서 좋은 감을 갖고 준비했고, 새로운 것에 감을 익히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도 90마일(144.8km) 이상 측정됐다.
포수 브렛 설리반이 고우석의 공을 받았고, 투구를 마친 다음에는 박찬호 샌디에이고 구단 특별고문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고우석은 “(설리반이) 패스트볼이나 커브볼 다 좋다고 좋다고 얘기해줬다. 포심 패스트볼 회전이 좋은지 안 좋은지 걱정했는데 그런 거 없이 무브먼트가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설리반에 이어 루벤 니에블라 샌디에이고 투수코치도 불펜 뒤 대형 TV 모니터를 통해 데이터를 보고 고우석과 이야기를 했다. 고우석은 “LG에 있을 때도 (투구 분석 자료를) 패드로 봤지만 여기는 불펜 뒤에 큰 TV가 있어 놀랐다”며 “메이저리그 기술이 앞서있긴 하지만 LG도 그런 부분에서 빠르게 받아들였고, 엄청 늦춰지진 않았다. 그런 점에 있어 LG 구단에 많이 감사하다. (자료를) 볼 줄 몰랐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을 미리 접하고 왔다”면서 친정팀에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또 하나 고우석을 놀라게 한 것이 있다. 그는 “선수가 엄청 많더라. 규모에 대해 많이 놀랐다. 보는 사람들마다 인사하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대규모 선수단으로 구성돼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40인 로스터 외에도 마이너리그 유망주와 마이너 및 스플릿 계약자들도 초청선수로 대거 합류한다. KBO리그 팀들은 40명대 초중반의 인원을 꾸려 캠프를 진행하지만 메이저리그는 60~70명대로 시작한다.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하나둘씩 탈락자가 나오며 26인 최종 로스터를 추린다.
아직 야수들이 공식 합류하지 않아 풀스쿼드 인원이 아니지만 투수, 포수들만으로도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가 북적이고 있다. 샌디에이고 40인 로스터에는 투수(24명), 포수(3명)가 27명이며 캠프 초청선수도 투수(17명), 포수(3명)가 20명이나 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2년 보장 450만 달러에 계약한 고우석은 26인 로스터 합류가 유력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막상 훈련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잊혀지기도 하는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존 경쟁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오버 페이스는 금물이다. 메이저리그에 3년 먼저 온 한국인 선배 김하성(28)이 같은 팀에 있어 다행이다. 김하성은 “이제 첫 날이고, 캠프 첫 주다. 새로운 곳에 왔다고 해서 오버 페이스하면 부상 염려도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준비 잘해야 한다”는 조언을 고우석에게 건넸다.
샌디에이고는 내달 20~21일 LA 다저스 상대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통해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한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부상 없이 컨디션 잘 만들겠다.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꼭 함께하고 싶다”며 개막 로스터 합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