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시절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렸던 김기연(27)이 라이벌팀 이적을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는 작년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LG 포수 김기연을 지명하며 안방 뎁스를 보강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패스한 두산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형범(KIA), 외야수 송승환(NC)을 보내고, 김기연을 얻었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미완의 포수다. 입단 후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이며,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리며 이천 생활을 전전했다.
두산 구단은 김기연 지명 이유에 대해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라며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광주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기연은 “2차 드래프트 이적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처음에 전화로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얼떨떨했다. 두산은 포수가 많은 팀인데 날 지명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라고 되돌아봤다.
동시에 그 동안 많은 응원을 보내준 LG 팬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기연은 “작년 시즌 초반부터 기회를 받았는데 못해서 LG 팬들에 너무 죄송스러웠다”라며 “이적이 커리어의 확실한 전환점이 되는 거 같다. 프로는 항상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새로운 팀에 오니 신인 때와 같은 설렘이 생긴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LG에서 본 두산은 어떤 팀이었을까. 김기연은 “경기할 때 집중력이 느껴졌다. 팀플레이가 정말 잘 됐던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와서 훈련을 해보니 확실히 그런 부분이 왜 잘 됐는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김기연은 양의지, 장승현, 안승한과 함께 호주 시드니 1차 스프링캠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제2의 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장승현, 안승한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김기연을 열흘 동안 지켜본 이승엽 감독은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김기연의 합류로 백업 포수 경쟁이 흥미로워졌다”라고 잠재력을 주목했다.
김기연은 “새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포수 형들을 비롯해 야수 형, 동생들이 다 잘해준다. 특히 (양)의지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시는데 다른 동료들도 일부러 먼저 와서 편하게 말을 걸어준다. 너무 고맙다”라며 “세리자와 배터리코치님도 새 팀에서 어색하지 않도록 잘 도와주신다”라고 순조로운 두산 적응을 알렸다.
김기연은 포수왕국 생존 요건으로 수비 강화를 꼽았다. 그는 “작년 초반 수비에서 미스가 많았다. 일단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도록 아침과 저녁에 추가 나머지 훈련을 하고 있다”라며 “타격은 아무래도 내가 포수라서 단타로 여러 개 치는 거보다 큰 타구를 날리는 게 목표다. 발이 느리기 때문에 힘 있는 타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된 선수는 다음 또는 그 다음 시즌 의무적으로 50일 이상 1군 엔트리에 등록돼야 한다. 김기연이 장승현, 안승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50일 동안 엔트리 자리를 잡아먹는 ‘계륵’이 될 수도 있다.
김기연은 “50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나 1군에 등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50일보다 1군에 더 오래 있으 수 있게 준비하겠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2016년 프로에 입단해 어느덧 9년차 선수가 된 김기연은 “양의지 선배 뒤를 차지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설령 올 한해 잘했다고 해도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는 게 아니다. 내 자리를 확실히 만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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