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 원 FA 계약과 함께 베어스의 캡틴을 맡은 양석환(33)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주장의 품격’을 뽐내고 있다. 첫 라이브배팅에서 유일하게 홈런포를 때려냈고, 수비 훈련 때는 늘 그랬듯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그라운드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양석환은 11일 두산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첫 라이브배팅에서 사이드암 박정수를 상대로 홈런포를 가동했다.
양석환은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배팅의 첫 타자로 타석에 등장했다. 박정수의 초구에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공을 힘껏 잡아당겨 블랙타운 야구장의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 감독, 김한수 타격코치, 전력분석원 등 두산 선수단은 양석환의 큼지막한 아치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양석환은 이후 김민규 상대로 좌전안타와 내야안타를 1개씩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훈련 후 만난 양석환은 “처음 라이브배팅이라 못 치는 게 당연한 건데 좋은 타구가 나왔다. 물론 지금 홈런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지난해에 비교해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아진 느낌이다”라고 홈런을 친 소감을 전했다.
양석환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라이브배팅 소화 후 주 포지션인 1루로 이동해 호수비는 기본이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외치며 내야 그라운드 분위기를 달궜다. 양석환은 원래부터 두산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는데 주장을 맡은 이번 캠프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를 밝히고 있다.
호수비는 좌타 기대주 홍성호의 라이브배팅 때 나왔다. 홍성호가 김유성의 공을 제대로 받아쳐 1루 선상을 향해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지만 양석환이 이를 캐치해 곧바로 2루에 송구, 가상의 1루수-유격수-1루수 더블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이를 지켜본 조성환 수비코치는 “역시 KBO 수비상이다”라며 칭찬했다. 양석환은 지난해 선수협 시상식인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1루수 부문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양석환은 후배의 호수비에도 칭찬 세례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뻐했다. 강승호가 이유찬의 안타성 타구를 범타 처리하자 양석환은 “역시 비FA 최고연봉 고과 1위다. 연봉 오르더니 수비도 잘한다”라고 외쳤다. 강승호는 이후 1루수 양석환 뒤에서 능숙하게 뜬공 타구를 처리했고, 이를 본 3루수 허경민은 “(양)찬열(우익수)이랑 싸우던 게 생각난다”라고 달라진 수비를 칭찬했다.
양석환은 “수비 훈련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힘든 시간일 수 있는데 내가 한마디 해서 웃고 밝아질 수 있으면 분위기가 확 살 수 있다. 주장이라서 더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과 똑같이 하던 대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지난해 11월 4+2년 총액 78억 원에 원소속팀 두산과 FA 계약하며 사실상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했다. 이후 이승엽 감독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장직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고, 1월 15일 창단기념식에서 허경민의 뒤를 이어 정식 캡틴으로 선임됐다.
양석환은 “주장이 됐다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스스로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긴 건 있다. 누구보다 팀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라며 “선수단이 많이 어려져서 내 위로 4명(양의지,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밖에 없다. 기존 어린 선수들도 내 성격을 잘 아는데 다들 알아서 준비를 잘해왔다. 최대한 밝고 재미있게 훈련을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양석환은 FA 계약 및 주장 첫해 목표로 후회 없는 시즌을 설정했다. 지난해 5위로 가을야구에 복귀했음에도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기에 올해는 더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쳐 팬들의 박수를 받고 싶다. 개인적으로 30홈런-100타점을 꿈꾸고 있지만 그 전에 팀이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게 먼저다.
양석환은 “선수들도 작년에 분명 이런 마무리는 안 된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시즌을 마친 뒤 허탈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캠프에서 다 느껴진다”라며 “고참들 내에서도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조금 더 앞서서 하다보면 어린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작년 홈 마지막 경기에서 감독님이 나오셨을 때 야유가 나왔지만 그 야유는 선수들의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혼자만 두산이 아니다. 우리도 두산 선수다. 우리도 당황스러웠기에 그런 일이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 확고하다”라며 “진짜 멋지게 박수 받으면서 시즌을 마치고 싶다. 선수들끼리도 서로 박수 쳐주면서 올해 고생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돼야만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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