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승엽 감독의 부임 첫 승리투수가 된 최지강(23)이 스프링캠프에서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던지며 2024시즌 전망을 밝히고 있다. 최지강의 올 시즌 목표는 최고 157km의 강속구를 뿌리는 것이다.
최지강은 11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4 두산 1차 스프링캠프 9일차 훈련에서 첫 라이브피칭을 실시했다.
박정수, 김민규에 이어 세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최지강은 허경민, 조수행, 강승호, 장승현, 안승한, 박계범, 양석환을 차례로 상대했다. 타자 당 3개의 공을 던졌고, 피안타는 첫 타자 허경민에게 던진 3구째가 유일했다.
최지강은 이날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고르게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까지 나왔는데 라이브피칭을 실시한 투수 7명(박정수, 김민규, 최지강, 최종인, 김유성, 백승우, 이병헌) 가운데 유일하게 150km 이상을 마크했다. 구단 전력분석원은 “구속만 빠른 게 아니다. 공의 포인트가 일정하게 잡혀서 간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조웅천 투수코치도 최지강의 첫 라이브피칭을 인상적으로 바라봤다. 조 코치는 “코치 욕심에서는 더 잘하길 바라지만 그래도 최지강, 김민규, 박정수가 그 동안 준비한 만큼 성과가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지강은 151km 비결에 대해 “딱히 몸을 빨리 끌어올린 건 아니었다. 불펜피칭을 4번 했고, 최대 60개까지 던졌다. 그냥 원래 구속대로 나온 거 같다”라며 “조웅천 코치님이 스트라이크를 강조하시는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 중이다”라고 답했다.
최지강은 올해 프로 3년차를 맞이하는 23세의 어린 우완투수다. 광주동성고-강릉영동대를 나온 그는 천신만고 끝 2022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 첫해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2경기 평균자책점 21.60(1⅔이닝 4자책)으로 프로의 쓴맛을 봤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호주가 아닌 이천에 남아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2군에서 착실히 몸을 만든 최지강은 시범경기서 마침내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4경기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임팩트를 남기며 개막 엔트리 승선의 꿈을 이뤘다. 당시 이 감독은 “2군에서 좋은 보고를 받았다. 김강률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최지강에게 필승조 역할을 부여했다.
최지강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잠실 롯데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 이승엽호의 첫 승 투수라는 역사적인 타이틀을 얻은 순간이었다.
6월 3일을 끝으로 1군 말소된 최지강은 2군에서 세 달 가까이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후 8월 27일 다시 이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9월 7경기 7⅓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45로 두산 순위싸움에 큰 힘을 보탰다. 작년 1군 기록은 25경기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32.
최지강은 “지난해에는 체력관리를 못했다. 좋을 때를 계속 유지하면서 잘 먹고 잘 쉬었어야 했는데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쉴 때도 계속 루틴을 지키려고 하다보니 뒤로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라고 되돌아봤다.
이 감독은 2023년 마무리캠프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투수로 최지강을 꼽았다. 기량 향상과 더불어 최지강의 노력과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최지강이 너무 좋아졌다. 불펜피칭밖에 하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겠지만 투구만으로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라며 “마무리캠프 때 우연치 않게 밤 9시 30분 정도에 목욕탕을 갔는데 거기 최지강이 있었다 야간 운동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 목표의식이 느껴졌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최지강은 “사우나를 나 혼자 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감독님을 뵙게 됐다”라고 웃으며 “작년 초반 기회를 받았는데 어떻게 보면 못 잡은 거라 다시 기회 오면 잡을 수 있게 계속 감독님 눈에 들려고 노력했다. 이번 비시즌 때도 그렇게 했는데 지금 아픈 곳도 없이 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지강의 3년차 목표는 보직과 관계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체력관리하는 법도 알게 됐고, 멘탈이 안 좋을 때 빨리 털어내는 법도 터득했다. 룸메이트인 (정)철원이 형이 많은 조언을 해준다. 올 시즌은 일단 풀타임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구속과 관련한 목표도 들을 수 있었다. 작년 최고 154km를 마크한 최지강은 3km를 더해 157km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퓨처스 시절부터 돈독하게 지낸 정진호 코치와 내기를 걸었다.
최지강은 “구속은 여름이 되고 관중이 들어오면 더 오를 것 같다. 작년 최고 구속은 154km였다”라며 “올해 정 코치님과 157km를 두고 내기를 했다. 잠실 전광판 기준 157km가 나오면 정 코치님이 내게 50만 원을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50만 원을 드리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