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52억 포수’ 양의지(37)의 뒤를 확실히 받칠 수 있는 포수를 발굴할 수 있을까. 장승현(30), 안승한(32), 그리고 LG에서 온 김기연(27)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4+2년 최대 152억 원에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다시 데려온 두산. 양의지는 129경기 타율 3할5리 17홈런 68타점 56득점 OPS .870으로 활약하며 팀 내 유일하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장기 슬럼프에 빠진 홈런타자 김재환을 대신해 4번타자를 맡아 득점권타율 3할1푼5리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양의지의 수비 이닝은 773이닝으로 리그 7위에 그쳤다. 이승엽 감독의 철저한 체력 관리도 있었지만 더위가 절정이었던 8월 옆구리 부상을 당해 약 2주 동안 재활에 전념했고, 복귀 후에도 한동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백업 포수들이 양의지를 뒤를 받치지 못했다. 특히 제2의 포수로 낙점된 장승현이 안방에서 390⅓이닝을 소화하며 76경기 타율 1할5푼8리 3홈런 9타점 OPS .465의 부진에 시달렸다. 득점권 타율이 1할1푼1리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양의지가 부상이나 체력 변수로 빠질 경우 포수 포지션의 공백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타격, 투수 리드 모두 양의지에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양의지가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장승현의 절대적인 성적이 백업 역할에 미치지 못했다. 장승현에 뒤를 이어 안승한이 80이닝, 음주운전으로 퇴단한 박유연이 41⅓이닝을 소화했다.
양의지의 나이도 어느덧 37세가 됐다. 양의지는 2024시즌 또한 두산 타선과 수비의 핵심 전력이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가 홀로 144경기를 책임지기엔 현실적,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그렇게 팀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이승엽 감독이 2024 호주 스프링캠프의 과제 리스트에 확실한 제2의 포수 발굴을 포함시킨 이유다.
제2의 포수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포수는 총 3명이다. 기존 장승현, 안승한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기연이 그들이다. 이들은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의 지도 아래 올해도 시드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백업 포수 오디션을 치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안승한은 “내 각오는 항상 똑같다.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경쟁 전망은 지난해보다 밝다. 이 감독은 “확실히 백업 경쟁이 치열해졌다. 장승현, 안승한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상태가 좋고, 김기연도 생각보다 괜찮더라”라며 “양의지가 이제 30대 후반이라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째 포수가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한다. 세리자와 코치에게도 이런 부분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번 캠프를 통해 두 번째 포수가 딱 정해졌으면 좋겠다.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쟁의 다크호스는 2023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된 김기연이다. 두산은 당시 김기연 지명 이유에 대해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라며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광주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미완의 포수다. 입단 후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이며,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리며 이천 생활을 전전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된 선수는 다음 또는 그 다음 시즌 의무적으로 50일 이상 1군 엔트리에 등록돼야 한다. 김기연이 장승현, 안승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50일 동안 엔트리 자리를 잡아먹는 ‘계륵’이 될 수도 있다. 김기연이 백업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유다.
이 감독은 “김기연 가세로 경쟁이 재미있게 됐다. 김기연이 1라운드로 뽑힌 선수라 등록일수를 신경 써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올해도 경쟁의 선봉에 있는 선수는 셋 가운데 가장 경험이 풍부한 장승현이다. 장승현의 지난해 최대 약점은 타격이었는데 올해 스프링캠프 선발대를 자청, 캠프 시작에 앞서 타격훈련에 매진했다. 함께 선발대로 출국한 양의지로부터 타격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들으며 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감독은 “(장)승현이는 작년 타격이 너무 부진했다”라며 “올해는 (양)의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코치도 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선후배들이 한 번씩 봐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수비는 충분하니까 공격력만 키우면 팀이 작년보다 강해질 거로 본다.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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