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투 247구 혹사 논란으로 5개월의 휴식을 취했지만 아직 관리가 더 필요하다. 두산 베어스 1라운드 신인 김택연(19)이 데뷔 첫해 마무리 경쟁이 아닌 프로 적응과 건강이라는 목표를 향해 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1라운더’ 김택연의 데뷔 시즌 플랜과 활용법을 밝혔다.
이 감독은 “(김)택연이가 5개월 동안 공을 안 던졌다. 이천에서 하프피칭을 두 번 했고, 캠프에 와서 불펜피칭을 4번 정도 했는데 몸이 덜 올라왔다.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선배들과 함께 운동하면 오버페이스가 될 수 있으니 천천히 가야한다. 현재 급할 게 하나도 없는 상태다. 급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두산은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인천고 우완 특급 김택연을 지명했다. 두산은 당시 이례적으로 등번호 2024에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손수 준비하며 1라운더를 환영했다. 구단의 김택연을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 지난해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으로 호투했고,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에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 혹사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택연은 작년 11월 이천 베어스파크로 향해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마무리훈련을 일부 소화했다. U-18 야구 월드컵 혹사 여파로 인해 투구 훈련은 하프피칭 두 번이 전부였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수비 훈련 등에 참여하며 TV로만 봤던 두산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김택연은 동기 전다민(외야수, 6라운드 지명)과 함께 호주 1군 스프링캠프에서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적응은 순조롭다. 두산 구단의 특별 관리 아래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며, 그라운드 밖에서는 룸메이트 이영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김택연은 지난 10일 4번째 불펜피칭에서 40구를 소화했는데 박정배 투수코치로부터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택연은 “적응을 잘하고 있다. 형들, 선배님들과 많이 친해졌고, 잠도 잘 잔다”라며 “투구를 하면 할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나도 투구를 하면 할수록 계속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몸이 올라오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선수와 가장 친해졌나는 질문에는 “1~2명만 말하기는 어렵다. (최)준호, (김)동주, (최)지강이 형을 비롯해 모든 형들이 다 잘해주신다. 쉬는 날에 밥도 잘 사주신다”라며 “(이)영하 형은 처음에 어색했는데 숙소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친해졌다. 밤에 운동도 같이 한다. 방에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프시즌 두산의 마무리 후보로도 거론됐던 김택연은 첫해 경쟁이 아닌 두산의 ‘특별 케어’를 받을 계획이다. 이 감독은 “김택연을 다들 마무리 후보라고 하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시작부터 부담 주는 역할을 맡기고 싶지 않다”라며 “아직까지 보여준 것도 없고, 고교 시절 명성과 구위만 보고 바로 보직을 결정할 순 없다. 그보다 먼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처음부터 부담을 주면 다칠 수 있다. 정말 잘 모시려고 한다. 다만 아주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투수는 맞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김택연의 의견도 같았다. 그는 “아픈 곳 없이 잘하고 있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큼 많이 쉬었고, 많이 내려놓은 상태에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규시즌에 맞춰서 잘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맡겨주시는 보직에 대해 불평할 생각은 없다. 편안 상황에 나가는 것 또한 1군 무대다. 그 경험 자체가 좋고, 그런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은 보직을 맡거나 팀이 필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다. 한 단계 성장하는 게 목표다”라는 성숙한 답변을 덧붙였다.
김택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산의 마무리투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마무리는 원래부터 좋아했던 보직이다. 마무리라는 역할이 멋져 보인다”라고 9회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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