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새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32)가 우여곡절 끝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라모스는 “늦게 합류했는데도 이렇게 환영해주고 응원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두산 선수단에 감사를 표했다.
라모스는 9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 7일차 훈련에서 마침내 첫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2월 총액 70만 달러(약 9억 원)에 두산과 계약한 라모스는 선수단과 2월 1일 호주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함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만삭인 아내의 셋째 출산이 다가와 캠프 합류를 5일로 미뤘고, 예정된 날짜에 미국을 떠나려던 순간 호주 비자 발급 과정에서 행정적 문제가 생겨 비행기 탑승이 또 연기됐다. 라모스는 사흘의 대기 시간을 거쳐 지난 8일 호주 시드니에 입국했다.
라모스는 9일 훈련장에 첫 출근해 두산 야수조와 상견례를 진행했다. 야수들이 '새 식구' 라모스에게 노래를 시켰고, 라모스는 껄껄 웃으며 “지금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을 주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를 들은 두산 야수들은 “얼마나 멋진 퍼포먼스를 하려고 시간을 달라 그러냐”라고 화답했다.
KBO리그 경력자답게 두산 선수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두산 구단의 야수조 단체 촬영이 진행된 가운데 두산 선수들은 라모스를 향해 “베이비”라고 부르며 라모스를 정중앙에 세웠다. 라모스는 캠프에 합류한지 1시간도 안 돼 그렇게 베어스에 융화됐다.
라모스는 상견례에 이어 주루 및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야수조의 내야 수비 훈련 때 주자 역할을 소화했고, 베팅 케이지에 입장해 이승엽 감독, 박흥식 수석코치, 김한수 타격코치가 보는 앞에서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라모스는 이승엽 감독을 향해 “이분이 홈런왕 감독님이냐”라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주장 양석환이 라모스에게 이를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치타자인 라모스는 좌타석과 우타석을 번갈아 서며 스윙 훈련을 실시했다. 김한수 코치는 “준비를 잘해서 캠프에 온 것 같다. 몸이 좋아 보인다. 계속 대화를 많이 나눌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라모스는 취재진과 만나 “팀에 합류해서 매우 기쁘다. 가정사 때문에 합류가 늦었지만 그걸 이해해준 선수단에 감사드린다”라며 “늦었지만 선수들이 많이 환영해줬고,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말도 많이 걸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편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두산 캠프 첫인상을 전했다.
라모스는 셋째 출산을 보기 위해 호주 합류를 미뤘지만 결국 아이를 보지 못하고 캠프에 합류했다. 셋째는 아직 아내의 뱃속에 있다. 라모스는 “아직 아내가 임신한 상태다. 야구만 생각하는 건 힘들다”라며 “아내가 조만간 건강 문제없이 출산할 것 같다. 가족이 한국에 들어오면 그 때 정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아내의 순산을 기원했다.
라모스는 1992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2010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5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만 12년을 보낸 뒤 2021년 마침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18경기 타율 2할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라모스는 2022년 총액 100만 달러에 KT와 계약하며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4월 말 NC 다이노스전에서 우측 발에 공을 맞아 우측 5번째 발가락 기절골 골절 진단을 받았고, 재활을 하던 도중 KT가 대체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를 데려오며 18경기 타율 2할5푼 3홈런 11타점을 남기고 짐을 쌌다.
라모스는 2023년 투수 친화적인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인터내셔널리그에서 76경기 타율 3할1푼8리 13홈런 55타점 OPS .954로 활약했다. 신시내티 레즈에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23경기 타율 2할4푼3리 5타점을 남기기도 했다.
부상으로 KBO리그 커리어를 마감했기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라모스는 “다시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리그에서 내가 어떤 선수인지 다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다 치르는 것”이라며 “KT에서 짧은 기간 동안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운 점을 두산에 와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더 많은 한국 문화와 야구를 배우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을 ‘홈런왕 감독님’이라고 부른 라모스는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이승엽 감독의 현역 시절을 검색할 계획도 세웠다. 라모스는 “캠프 합류 전까지 잘 몰랐는데 두산 선수들이 감독님이 어떤 선수였고, 어떤 성공적 커리어를 보냈는지 알려줬다. 방에 가서 감독님 영상을 찾아볼 계획이다”라며 “국적을 불문하고 좋은 커리어를 보낸 분이 옆에 있으면 동경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돌아온 라모스의 목표는 두산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올해 내가 어떤 기록을 내겠다고 미리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라며 “매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야 팬들도 구단주님도 다 기쁘다. 한국에 좋은 공 던지는 투수들이 많은데 매 경기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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