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는 이정후(25)와 함께 또 한 명의 KBO리그 출신이 있다. 2020~2021년 KIA 타이거즈 감독을 지냈던 맷 윌리엄스(58) 3루 베이스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KIA 감독 시절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를 상대팀으로 직접 봤다.
9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윌리엄스 코치는 “KBO리그는 10개 팀밖에 없어서 키움을 상대할 기회가 많았다. 이정후는 정말 정말 좋다. ‘와, 저 선수는 뭐든지 다 잘하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선수였다. 좋은 수비수이자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좋은 주자이기도 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상대 덕아웃에서 본 그는 모두를 돕고 응원하는 좋은 팀원인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윌리엄스 코치가 KIA를 이끌던 2020~2021년 이정후는 데뷔 4~5년차로 리그 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때였다. 2020년에는 첫 두 자릿수 홈런(15개)을 쳤고, 2021년에는 타율 1위(.360)로 첫 타격왕에 올랐다. 여기에 수비와 주루,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윌리엄스 코치가 상대팀으로 목격했다.
윌리엄스 코치는 KBO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144.8km) 미만으로 메이저리그에 비해 느리지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예를 들어 이정후 성공을 낙관했다. 윌리엄스 코치는 밥 멜빈 감독과 함께 지난 2년간 샌디에이고 코치로 김하성의 적응 과정을 가까이에서 봤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로 자리를 옮겨 한국인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윌리엄스 코치는 “내가 이정후에게 주목하는 몇 가지가 있다. 배트를 들고 있지 않을 때 무엇을 할까? 어떻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타석에서 안타도 칠 수 있지만 누상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내 생각에는 그게 이정후가 가진 최고의 특성이다. 그는 경기를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타격뿐만 아니라 공수주 전반적으로 이정후가 미칠 영향력을 기대했다.
윌리엄스 코치가 한국을 떠난 뒤 이정후는 2022년 KBO리그 MVP에 등극하며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예고했다. 지난해 발목 수술과 재활로 시즌 절반을 못 뛰었지만 아시아 타자 역대 최고 대우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윌리엄스 코치는 “스카우트들이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 의견은 필요 없었다. 이정후가 오면서 팀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며 샌프란시스코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게 놀라운 한 가지 부분은 앞서 다섯 번의 겨울 동안 FA 계약을 단기로 제한, 리스크 회피 운영을 해온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이 일본보다 떨어지는 KBO리그 선수에게 큰 베팅을 했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내부 예측 시스템도 이정후의 잠재적인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ZiPS, 페코타, 스티머 등 외부 예측 시스템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공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이정후의 타율은 .275~.291 사이, 출루율은 .344~.354 사이, 장타율은 .414~.433 사이, 홈런은 8~12개 사이에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후는 “미국에서 야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순 없다. 우선은 적응하는 게 목표다. 새로운 리그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나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며 “멜빈 감독은 모두가 항상 나를 도와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정말 감사했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편안하게 플레이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면서 멜빈 감독과 나눈 대화 내용도 밝혔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과거에도 공부가 빠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아버지 이종범은 1990년대 한국 최고 선수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정후는 고교 시절 신체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프로 데뷔 첫 해 18살의 나이로 타율 .324를 기록했다. 이후 스윙을 바꿔 파워를 더했고, 2020년에는 15개의 홈런을 쳤다’며 이정후의 적응력을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