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께 내년에는 저도 꼭 불러달라고 했죠.”
한화 우완 투수 장지수(24)는 12~1월 비활동기간 때 LG·한화·KIA 투수 출신 김광수 대표가 운영하는 ‘54K스포츠’ 야구전문센터에서 개인 운동을 했다. 이곳은 류현진(37)이 겨울마다 국내에서 개인 훈련하는 장소로 장지수는 현역 빅리거 투수와 함께 운동을 하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8일 류현진이 일본 오키나와로 미니 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같이 한 장지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류현진 선배님 보고 배운 게 많았다. 투구 메커니즘부터 변화구 던지는 것을 보며 ‘이렇게 해야 큰 무대에 설 수 있겠구나’ 싶었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배웠는데 직구 던질 때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것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오키나와에서 절친한 한화 후배 투수 장민재와 그의 추천으로 합류한 남지민, 김기중과 함께 미니 캠프를 열었다. 류현진은 장지수에게도 오키나와행을 제안했지만 미리 잡아놓은 개인 훈련 일정 때문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장지수는 “선배님께 내년에는 꼭 불러달라고 했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9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KIA에 지명된 우완 투수 장지수는 2022년 11월 투수 한승혁과 함께 내야수 변우혁의 반대급부로 한화에 트레이드됐다. 트레이드 메인은 한승혁이었지만 한화는 군필 영건인 장지수의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었다.
이적 첫 해에는 4월16일 수원 KT전(구원 2이닝 5실점) 1경기 등판이 전부. 6월말 1군에 콜업됐지만 연이은 우천 취소로 등판 없이 6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퓨처스리그에선 35경기 모두 구원등판, 39⅓이닝을 던지면서 4패4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12 탈삼진 27개를 기록했다. 장지수는 “지난해 많이 아쉬웠지만 그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얻은 것들도 있다. 팀을 옮기고 1년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찾았다. 난 원래 볼이 빠른 투수인데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시즌 후에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마무리캠프에 이어 대만에서 치러진 아시아구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한 게 좋은 계기가 됐다. 홍콩전(3이닝 무실점), 필리핀전(3⅓닝 2실점) 선발로 역투한 장지수는 “대만 투수들을 보니 구위가 좋더라. 특히 대만 넘버원 오른손 투수인 쉬뤄시를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 소속 쉬뤄시는 177cm 작은 키에도 최고 157km를 구사하는 파이어볼러로 지난해 팀 우승과 함께 대만시리즈 MVP를 받았다.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전에도 선발로 나와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뒀다. 장지수도 179cm로 쉬뤄시처럼 키가 큰 투수는 아니다.
처음 참가한 일본 교육리그에서도 일본 투수들을 유심히 보며 참조했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장지수는 “일본 투수들은 어릴 때부터 고관절 유연성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가동 범위가 넓어지니 구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나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면 몸의 파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올해 스프링캠프는 1군이 아닌 2군에서 시작했다. KIA 투수코치 시절부터 장지수를 지켜본 이대진 한화 퓨처스 감독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대진 감독은 장지수에 대해 “어릴 때부터 봤는데 성실성이나 야구에 대한 태도가 너무 좋다”며 “기존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도전해봤으면 한다. 박정진 투수코치와 이야기해서 변화구를 하나둘 추가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리그 때부터 박정진 코치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체인지업 대가’ 류현진과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이적 2년차이자 프로 6년차가 된 올해는 1군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때다. 장지수는 “이제 6년차이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기회를 잘 잡아 1군에서 30경기 이상 나가고 싶다. 아직 커리어에서 승리, 홀드, 세이브가 없는데 올해 그 중 하나는 남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