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201안타 MVP’ 서건창(35·KIA)이 고향팀에서 재기 전망을 밝히고 있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서건창을 지도 중인 이범호 타격코치는 2024시즌 그의 부활을 확신했다.
서건창은 지난달 15일 총액 1억2000만 원(연봉 5000만 원, 옵션 7000만 원)에 KIA 타이거즈와 계약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당시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라고 서건창을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일고를 나와 2008년 LG 트윈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서건창은 히어로즈로 이적해 전성기를 보냈다. 최고의 시즌은 2014시즌이었다. 당시 128경기 타율 3할7푼 201안타 7홈런 67타점 48도루 135득점의 커리어하이를 쓰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경신했다. 1982년 KBO 개막 후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선수는 서건창이 유일하다.
히어로즈의 간판 2루수로 활약하던 서건창은 2021년 7월 정찬헌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LG로 컴백했다. 서건창의 커리어는 이 때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예비 FA 시즌을 맞아 전 경기(144경기)를 소화했으나 LG 이적 후 68경기 타율 2할4푼7리 24타점의 부진을 겪었고, 시즌 종료 후 FA 재수를 택했다.
2022시즌도 서건창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77경기 타율 2할2푼4리 2홈런 18타점의 슬럼프에 빠졌다. 서건창은 이번에도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FA 삼수를 택했다.
서건창은 2023시즌 ‘은사’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다. 서건창이 2014년 정규시즌 MVP와 200안타를 동시에 해냈을 당시 사령탑이 바로 염 감독이었다. 서건창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염 감독은 제자의 부활을 확신했고,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율 1위(3할6푼2리)에 올라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서건창은 2023시즌 또한 44경기 타율 2할 12타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즌 초반 김민성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2군에서 허리 부상을 당했고, 몸 상태를 회복하자 백업 신민재가 급성장하며 주전 탈환에 실패했다. 그렇게 LG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팀의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서건창은 2023시즌을 마치고 LG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뎁스가 두터운 LG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팀을 찾기로 결심했다. 자유의 몸이 된 서건창은 친정 키움과 고향팀 KIA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 고심 끝 KIA를 택했다.
서건창은 KIA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갑내기 절친 김선빈을 비롯해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 이창진, 고종욱 등과 함께 베테랑조에 편성돼 착실히 캠프를 소화 중이다.
캔버라에서 만난 서건창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웃음기는 사라졌고, 진중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자신의 타격훈련 차례를 기다릴 때도 방망이를 잡고 타격폼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KIA 이범호 타격코치는 “서건창은 현재 몸을 만드는 단계에 있다”라며 “선수에게 타격폼과 관련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안정을 찾게끔 멘탈을 케어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건창은 KIA에서 201안타 MVP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코치는 “서건창은 워낙 갖고 있는 능력치가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준다면 본인 것을 알아서 찾을 선수다. KIA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 전망을 내놨다.
FA를 앞두고 트레이드, 부진, 부상 등 각종 변수와 악재가 발생하며 어느덧 FA 4수생이 된 서건창. 왕년의 MVP가 고향팀에서 다시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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