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35)에겐 처음부터 결국 LA 다저스였던 것 같다. 계약이 늦어진 것도 다저스에 남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ESPN’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7일(이하 한국시간) FA 좌완 투수 커쇼와 다저스가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1~2일 내로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다저스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에서 신체 검사를 받는다. 큰 문제가 없으면 9일 정식 계약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커쇼는 2025년 선수 옵션이 포함된 1+1년 계약을 맺기로 했다. 자세한 계약 조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선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계약으로 예우를 받았다. 또한 이번 계약을 통해 커쇼는 2008년 데뷔 후 내년까지 다저스에서만 18년 원클럽맨 커리어를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초 시즌을 마친 뒤 왼쪽 어깨 견갑와상완 인대와 관절낭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은 커쇼는 올 여름 복귀를 목표로 선언했다. 현역 은퇴 대신 연장 의지를 보였지만 전반기를 건너뛰어야 하는 몸 상태라 좋은 계약을 따내기 어려웠다.
그 사이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 달러), 타일러 글래스노우(5년 1억3650만 달러), 테오스카 에르난데스(1년 2350만 달러) 등 대형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큰돈을 펑펑 썼다. 커쇼는 뒷전으로 밀린 듯했다.
하지만 결국은 다저스였다. 내년까지 커버하는 1+1 계약으로 커쇼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간다. 커쇼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설이 또 한번 나왔지만 이번에도 결국 설로 끝났다.
그렇다면 커쇼의 계약은 왜 늦어졌을까. ESPN은 ‘다저스는 현재 40인 로스터가 가득차 있다. 이번 주초 재계약한 구원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위한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며 40인 로스터에 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60일 부상자 명단을 활용할 수 있는 9일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는 40인 로스터에서 자동 제외된다. 선수를 장기간 추가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커쇼와 계약을 위해 다저스도 지금 이 시기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커쇼나 다저스 모두 재결합에 있어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기다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16시즌 커리어 모두 한 팀에서 보냈다. 통산 425경기(422선발·2712⅔이닝) 210승92패 평균자책점 2.48 탈삼진 2944개로 활약하며 201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했다.
2011년 첫 수상 이후 2013~2014년 2년 연속 포함 3차례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받은 커쇼는 2014년 NL MVP를 포함해 평균자책점 1위 5회, 다승·탈삼진 1위 3회, 올스타 10회 경력을 자랑한다. 큰 경기에 약한 게 아쉽지만 2020년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한을 풀었다.
2016년부터 팔꿈치, 팔뚝, 어깨, 엉덩이, 이두근, 허리 등 매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선발로 활약 중이다.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으로 꾸준함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24경기에서 팀 내 최다 131⅔이닝을 던지며 13승5패 평균자책점 2.46 탈삼진 137개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