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5년 LA 다저스에서 류현진(36)과 함께했던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40)가 현역 연장을 노리고 있다. FA 류현진도 새 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그레인키의 행선지가 언제 어떻게 결정될지도 궁금증을 낳는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인키가 올해도 현역 연장을 원한다고 전했다. 1983년생 그레인키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40세이지만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은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그레인키는 현역 연장 의지를 계속 보였고, 새 팀을 찾지 못했지만 2월 스프링 트레이닝이 다가온 시점까지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30경기(27선발·142⅓이닝) 2승15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2005년(5.80) 이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새로운 팀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그레인키는 왜 그냥 은퇴하지 않았을까?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며 ‘그레인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0번째 3000탈삼진 투수가 되기까지 단 21개만 남겨두고 있다. 그레인키에겐 10살 미만의 세 아들이 있고, 경기 보는 것을 즐긴다’고 현역 연장을 결정한 이유를 추측했다.
은퇴를 미룬 만큼 이제는 어느 팀에서 마지막을 장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디애슬레틱은 ‘그레인키는 자신에게 맞는 팀을 찾기만 하면 된다.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를 영입하면서 캔자스시티로 복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예상했다.
FA 시장에서 루고를 3년 4500만 달러, 와카를 2년 3200만 달러에 영입한 캔자스시티는 기존 콜 레이건스, 브래디 싱어, 조던 라일스와 함께 5인 선발진의 구색을 갖췄다. 알렉 마쉬, 다니엘 린치, 크리스 부비치 등 대체 선발 자원도 있어 그레인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캔자스시티는 루고, 와카 외에도 구원투수 크리스 스트랜튼(2년 800만 달러), 윌 스미스(1년 500만 달러), 내야수 애덤 프레이저(1년 450만 달러), 개럿 햄슨(1년 200만 달러), 외야수 헌터 렌프로(2년 1300만 달러) 등 준척급 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레인키에게 추가로 쓸 만한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다.
그레인키는 지금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이 가능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지난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캔자스시티에 지명된 우완 투수 그레인키는 2004년 메이저리그 데뷔했고, 2009년 33경기(229⅓이닝)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 탈삼진 242개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쳐 2022년부터 친정팀 캔자스시티에 몸담으며 20시즌을 꽉 채웠다.
통산 성적은 586경기(541선발·3389⅓이닝) 225승15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2979개. 현역 투수 통산 이닝 1위, 다승 2위, 탈삼진 3위에 빛나는 성적이다. 2009년 사이영상 수상 외에도 올스타 6회, 평균자책점 1위 2회, 골드글러브 6회, 실버슬러거 2회의 수상 경력도 있다. 2012년 12월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3년 뒤 옵트 아웃), 2015년 12월 애리조나와 6년 2억650만 달러로 대형 FA 계약도 두 번 따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는 솔직함으로 남다른 행동과 소신 발언을 하는 ‘괴짜’로도 유명하다.
2022년 캔자스시티로 돌아온 그레인키는 지난해 1년 8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어깨 건염, 팔꿈치 통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89.5마일(144.0km)로 떨어졌고, 9이닝당 피홈런이 1.58개로 증가했다. 40살의 나이로 인해 반등 가능성도 높지 않다.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등 특급부터 류현진, 마이클 로렌젠, 마이크 클레빈저 등 준척급 FA 선발들까지 미계약 신분으로 시장에 남아있는 것도 그레인키의 거취 결정이 늦어지는 요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