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그 외야수 있잖아요, 왼쪽 장진혁.”
삼성 포수 강민호(39)는 지난해 연말 ‘한화 레전드’ 김태균(42) 해설위원이 운영하는 개인 방송 ‘김태균[TK52]’에 출연, 한화 좌타 외야수 장진혁(30)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강민호는 당시 한 팬으로부터 “노시환과 문동주를 빼고 한화에서 ‘이 선수 좋아 보인다’는 선수 1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강민호는 장진혁을 지목하면서 “그 친구가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웃어, 웃으면서 해. 내가 진짜 말하는데 웃으면서 하면 야구 잘할 것 같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민호는 “포수를 하면서 보면 변화구 대처 능력이 되게 좋다. 어깨도 좋고, 발도 빠르다”고 장진혁의 재능을 인정하며 “단지 성격이 내성적인 것 같더라. 같은 팀에서 생활해보진 않았지만 경기장에서만 봐도 조용조용한 성격이다. 뭔가 표현이 없다. 성격을 바꾸고 밝게 하면 야구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언을 건넸다.
2016~2020년 한화에서 장진혁과 5년을 함께했던 김태균 위원도 맞장구쳤다. 김 위원은 “장진혁이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 ‘너 기가 막힌다. 3년 안에 타격왕 할 거라고 말한 적 있다”며 “스윙이 너무 좋다. 이치로 스윙이다”고 칭찬했다.
광주일고-단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9순위로 한화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 장진혁은 2018년 1군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113경기 타율 2할5푼4리(315타수 80안타) 1홈런 24타점 13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020년 시즌 중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2022년 시즌 중 복귀했지만 지난해까지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1~2군을 오르내리며 68경기 타율 2할2푼12리(162타수 36안타) 12타점 5도루에 그쳤다.
새로 오는 감독들마다 장진혁의 공수주 두루 갖춘 자질을 좋게 보고 기회를 줬지만 확실하게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재능도 있고, 성실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대팀인 강민호도 같은 시선으로 봤다. 어느덧 나이도 서른이 됐으니 스스로 뭔가 변화가 줘야 할 때는 됐다.
강민호가 말한 것을 장진혁도 봤다. 그는 “삼성과 경기하면 타석에 들어서서 준비할 때마다 강민호 선배님이 ‘웃어, 웃어’라고 하신다. ‘웃으면 야구 진짜 잘할 거 같다’고 매번 말씀하셨다. 따로 인연은 없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태균 선배님도 항상 내게 좋은 얘기해주셨다. 다들 나를 좋게 보는데 내가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 자신한테 조금 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비시즌 때 고향 광주에서 서건창(KIA), 김원중(롯데), 이성규(삼성)와 같은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만들며 준비한 장진혁은 1군 호주 멜버른 캠프가 아닌 2군 일본 고치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외야에 베테랑 김강민이 새로 왔고,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이상혁이 깜짝 승선하면서 장진혁이 제외됐다.
냉정하게 우선 순위에서 밀렸지만 준비만 잘하고 있으면 언제든 1군 기회가 올 수 있다. 오히려 2군에서 시작하는 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올해부터 KBO도 베이스 크기 확대와 피치 클락으로 발 빠른 선수들이 득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진혁의 발이라면 충분히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장진혁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주루 부문이다. 준비를 잘해서 내 장점을 잘 살리고 싶다”며 “올해가 진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회가 오면 잘 살려야 한다. 1군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가고 싶다. 조금 더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해보고 싶다. 웃으면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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