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김광현(36), KIA 타이거즈 양현종(36) 등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피치클락 등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KBO리그는 올 시즌 큰 변화를 맞이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첫 선을 보인 피치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새로운 규정들을 KBO리그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여기에 세계 최초로 ABS까지 시행되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달 24일 “2024년 제 1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ABS 및 피치 클락(시범 운영)에 대한 세부 운영 규정을 확정했다”라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피치클락 도입으로 경기 시간이 27분 정도 줄어드는 큰 효과를 봤다. 점점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팬들의 요구에 맞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시도하고 있는 여러가지 규정 중에서 가장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다. KBO는 메이저리그 기준보다는 조금 완화된 수준으로 피치클락을 시행하기로 했다. 투구 간 시간 제한은 주자가 루상에 없을 시 18초, 있을 시 23초를(메이저리그 기준 15초, 20초) 적용한다. 전반기는 시범 운영 기간으로 피치클락을 위반해도 제재는 적용되지 않고 경고만 주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 때문에 투구 템포에 큰 영향을 받는 투수들은 올 시즌 리그가 투수에게 불리하게 변할거란 걱정이 크다.
김광현은 새롭게 도입되는 규정에 대해 “아직 한 번도 해보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만 투수에게 자꾸 불리한 룰이 생기는 것 같아서 참 그렇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피치클락을 하는 이유가 가장 첫 번째가 시간 단축이다. 그런데 투수에게 불리한 룰을 적용하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한 김광현은 “원래 12초룰에서는 투수만 볼로 판정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피치클락은 타자들도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타자들도 패널티가 될 수 있는게 중요할 것 같다. 견제도 제한이 생겨서 투수들이 힘들어질 것 같다. 그래서 이닝이 길어지면 경기 시간도 길어지니까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다.
투수들의 입장을 대변할 자격이 모르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김광현은 “내가 총재님께 직접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다”라고 웃으며 “투수 입장을 대변해서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팬들은 뻥뻥 치는 걸 좋아하고 점수가 많이 나는 야구를 좋아하니까 또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규정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빨리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약 빨리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면 후배들에게 빨리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양현종 역시 새로운 규정들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모든 투수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한 양현종은 “스트라이크 존도 일관성이 생긴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야구를 해왔던 스트라이크 존보다는 당연히 작을 것이다. 피치클락도 투수들이 부담을 느낄거라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팀도 마무리캠프 기간 피치클락 시간에 맞춰서 투구를 했다고 한다”라고 말한 양현종은 “나도 내가 던졌던 영상을 초를 재면서 비교해봤다. 나도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간당간당하더라. 몇 초에 맞춰서 던져야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험이 없는 어린 투수들이 피치클락을 의식하게 된다면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인데 과연 경기 시간이 줄어들까 하는 의문도 든다. 결국 투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밸런스로 공을 던져야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아진다. 시간이 쫓겨서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에 들어갈까, 힘 있는 공이 들어갈까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투수들이 조금 더 힘들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이어서 이미 ABS를 시행하고 있는 고교야구의 예시를 든 양현종은 “프로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피치클락이 아니더라도 고교야구에서는 볼넷이 경기마다 10개, 20개 나오고 있다. 평균수치가 말도 안되게 올라간다. 프로선수들도 타격이 있을거라고 본다. 나도 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O는 야구 흥행을 위해 경기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허구연 총재는 “사실 걱정이 크다”면서도 “ABS를 도입하는 이유를 팬들이 이해를 해주셔야 한다. 현재 선수, 구단, 심판, 팬들 모두 불만이 많이 쌓여있다. 심판들 중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심판이 나올 정도로 중압감이 크다. 아직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지만 도입 초반에는 잡음이 나올 수도 있다. 팬들께서 이해를 해주시고 모두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라며 새로운 규정과 시스템들을 리그에 정착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KBO리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팬들이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