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특급 신예다웠다.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 문동주(21)가 스프링캠프 세 번째 불펜피칭에서 보다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손혁 단장을 감탄시켰다.
전날 캠프 첫 휴식을 취한 한화 선수단은 5일 낮 최고기온 21도의 선선한 날씨 속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 등장해 스프링캠프 4일차 훈련을 소화했다. 멜버른 지역은 오전에 잠시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한화는 ‘오전 실내 웨이트훈련-오후 야외 훈련’ 루틴 덕분에 비가 그친 상황에서 야외 훈련을 실시할 수 있었다. 훈련은 햇빛 없이 구름이 다소 낀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도 역시 관심을 모은 건 투수들이 모여 있는 불펜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의 첫 불펜피칭에 시선이 집중됐다. 당초 펠릭스 페냐-산체스 원투펀치의 동반 피칭이 예정됐으나 페냐는 몸살 기운이 있어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산체스는 직구,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가며 감각을 조율했고, 피칭 후 최원호 감독으로부터 체인지업 그립과 관련해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최 감독은 “산체스의 몸이 기대만큼은 아닌데 시즌 막판보다는 체중이 빠진 느낌이다. 처음 던진 거 치고는 나쁘지 않다. 다만 변화구는 박승민 코치와 다듬어야할 것 같다”라며 “산체스는 체인지업을 찍어 던진다. 그래서 땅에 박히는 공이 많다. 속도도 너무 빠르다. 지금 던지는 요령을 유지한 가운데 그립을 바꾸면 좋을 거 같아서 캐치볼 때 한 번 연습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작년부터 드러났던 약점이다”라고 전했다.
산체스에 이어 이틀 전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화 1라운더 군단이 불펜장에 다시 등장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며 가장 먼저 뽑을 수 있었던 특급 신예들의 캠프 세 번째 불펜피칭이었다. 2022년 1차 지명 문동주부터 2024년 1라운드 1순위 황준서, 2023년 1라운드 1순위 김서현, 2021년 2차 1라운드 2순위 김기중이 차례로 서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이날은 2020년 2차 1라운드 8순위 남지민이 추가됐다.
손혁 단장과 최원호 감독 모두 이들의 투구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손혁 단장은 김서현의 제구가 되는 파워피칭을 보며 “확실히 이전보다 나아졌다”라고 평가했고, 문동주의 투구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라며 뿌듯해했다. 문동주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 한가운데에 강하게 꽂히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나도 (현역 시절) 저렇게 던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유연한 폼을 자랑한 황준서를 보고도 “저 선수가 참 괜찮다”라고 혼잣말했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를 밝힌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4, 5선발 경쟁 중인 김민우를 본 최 감독은 “민우는 구속이 144km만 나와도 타자 입장에서 쉽지 않다. 3년간 꾸준히 규정이닝을 채운 경험도 무시하지 못한다. 첫날은 조금 컨디션이 덜 올라온 느낌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미완의 파이어볼러’ 한승혁도 단장, 감독이 보는 가운데 제구가 잡힌 강속구를 힘차게 뿌렸다. 최 감독은 “한승혁은 KIA 시절부터 보면 훈련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2군에서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게 좋다. 그런데 1군만 오면 기량이 안 나온다”라며 “올해는 불펜 경쟁을 시켜보고 안 되면 롱릴리프를 맡기려고 한다. 전반기 더블헤더가 있어서 그런 부분도 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맞춤형 플랜을 밝혔다.
작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은 이상규도 사령탑의 불펜 플랜에 포함됐다. 최 감독은 “기대보다 괜찮다. 몸이 100% 올라온 건 아닌데 괜찮다. 이상규의 장점은 140km 중반대의 구속과 투심패스트볼인데 공의 무브먼트가 좋다. 불펜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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