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1일부터 미국령 괌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롯데는 2명 정도를 제외하면 스프링캠프 명단에 특이점은 없었다. 5선발 1순위 후보군으로 꼽혔던 심재민이 어깨 통증으로 일찌감치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포수 정보근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보근은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종료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청백전에서 파울타구에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맞았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 골절 진단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납회식 당시에도 정보근은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등장했다.
결국 정보근은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에야 깁스를 풀었고 가벼운 훈련을 시작했다. 정보근은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한데 이어 스프링캠프까지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연달아 불운이 찾아오게 된 셈이다.
정보근은 건강하다면 주전 포수 유강남의 뒤를 이을 최우선 백업 포수라고 볼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었던 포수 암흑기 시기에 정보근은 착실하게 경험을 쌓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06경기라는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 외국인 투수들의 전담포수로도 활약했고 강한 어깨와 창의적인 볼배합으로 수비적인 능력을 인정 받았다. 단기간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비판의 강도도 높았다. 하지만 경험치를 응축시켜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투수들이 신뢰하는 포수로 자리매김 했다.
1차지명 출신으로 대형 포수 유망주 재목이었던 손성빈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잠시 기회를 받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유강남이 부상을 당했던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해 8월2일 사직 NC전에서는 이제 메이저리거가 된 20승 MVP 에릭 페디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8월 한 달 동안 롯데의 해결사는 정보근이었다. 한 달 동안 4할3푼9리(41타수 18안타) 1홈런 9타점 8볼넷 5삼진 OPS 1.179로 맹활약을 펼쳤다. 기세가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보근은 공격력도 나름 준수한 백업 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10개 구단 백업 포수로 분류된 선수 가운데 최상급 자원이라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니다.
정보근 입장에서는 올해 스프링캠프가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 포수진의 선수층은 예전과 다르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만큼 만만하지 않다.
2군에서는 2015년 1차 지명 출신 포수 강태율이 있고 지난해 홍익대를 졸업하고 육성선수로 입단한 포수 서동욱도 퓨처스리그에서 공격형 포수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임 단장 체제에서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차세대 안방마님 자리를 노크하고 있다.
이렇듯 롯데 포수진은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백업포수가 일주일에 한두 경기를 책임져도 무리가 없는 포수 라인업을 구축한 상황이다. 주전 유강남을 체력 안배를 받을 수 있고 백업 선수들은 비교적 규칙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감각을 유지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다.
3할 치는 백업 포수가 없다고 해서 쉽게 무너질 포수왕국이 아니다. 롯데 포수진은 이렇게 탄탄해졌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