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160km 특급 신예’ 김서현(20)이 1년간의 방황을 끝내고 2년차 시즌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던 김서현에게 셋업맨이라는 보직을 부여했다.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2024 한화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최원호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김서현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논의했고, 긴 이닝보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게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김서현은 올해 셋업맨으로 빌드업을 한다. 한 이닝에 모든 걸 쏟을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김서현은 데뷔 첫해 프로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엄청난 기대 속에 1군 마운드에 20차례 올랐지만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의 난조를 겪었다. 트랙맨 기준 최고 160km에 달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22⅓이닝 동안 탈삼진 26개를 잡았지만 제구 난조로 인해 볼넷이 23개, 사구가 7개에 달했다.
김서현은 작년 8월 17일 NC전 2이닝 3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들쑥날쑥한 제구로 슈퍼루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9월 6일 두산전 3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다사다난했던 데뷔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2군 성적은 14경기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1. 선발과 불펜을 계속 오가며 보직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멜버른에서 만난 김서현은 “선발과 중간 사이에서 많이 돌아다녔다. 처음으로 나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또 무엇을 해야 더 도움이 되는지 잘 몰랐다. 큰 벽에 부딪힌 한해였다”라고 첫 시즌을 되돌아봤다.
김서현은 작년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첫 시즌 시행착오를 복기하고 2년차 반등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그는 “사실 마무리훈련 때도 제구는 잡히지 않았다. 박승민 코치님이 보완점을 말씀해주셨지만 운동할 시간이 짧았다”라며 “스프링캠프에서 코치님이 말씀해주신 부분을 항상 생각하면서 운동 중이다. 올해는 기량을 발전시켜서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서현의 2년차 시즌 전망이 밝은 이유는 작년과 달리 일찌감치 도전할 보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마무리감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마무리 리허설 격인 셋업맨으로 낙점되면서 150km대 강속구가 마침내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서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올해는 1이닝씩 짧게 던진다고 들었다. 올해는 계속 중간을 맡을 것 같다”라며 “다시 불펜으로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이제 중간에서 자리를 잡아 작년보다 편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라고 사령탑의 결정을 반겼다.
보직이 결정된 김서현의 남은 과제는 제구력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져야 마무리라는 꿈에 한 단계 더 다가설 수 있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는 장점인 빠른 공을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져야 한다. 지난해에는 빠른 공을 던지다가 제구가 안 돼서 변화구 비중이 늘어났다. 변화구를 다양하게 던지는 것보다 주무기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마무리훈련 막바지에 제구가 많이 좋아졌다. 캠프 첫날 불펜피칭도 괜찮아 보였다”라며 “‘볼질’만 안 하면 치기 쉬운 공은 아니다. 구속이 150km 중반이라 타자들 입장에서 쉽지 않다. 투구폼도 예쁜 폼이 아니다. 김현수(LG)한테 물어보면 무섭다고 하더라. 자리를 잡아주면 좋다”라고 김서현의 성공을 기원했다.
선수의 예감도 좋다. 김서현은 “작년보다 기복을 많이 줄이고 1군에 더 오래 붙어있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투구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올해는 폼을 고정시킬 계획이다. 지금은 확실히 작년보다 좋아졌다”라고 전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30이닝을 넘기지 않아 올해 신인왕 자격 조건을 유지했다. 그러나 상 욕심은 없다. 그는 “개인적인 거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으며 “(문)동주 형의 작년 투구를 보고 되게 신기했다. 1년 만에 바로 회복을 했다.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김서현은 기량 발전과 더불어 지난해 문동주가 자신에게 그랬듯, 후배 황준서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황)준서가 들어왔는데 고교 때 같이 청소년 대표팀에 다녀와서 친하다. 준서와 경쟁을 하기보다 내가 많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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