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가 명예회복 기회를 잡을까?
KIA 타이거즈가 새로운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진행중이다. 언론과 팬 커뮤니티에서는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구단도 거론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압축하고 있다. 누가 사령탑에 오를지는 오리무중이다. 경험을 갖춘 후보와 참신한 후보를 놓고 옥석을 가리고 있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일컫어지는 레전드 선동열 전 감독도 후보에 올라있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6년간 재임했고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의 실적을 앞세워 2012년 제 7대 사령탑으로 친정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3년 동안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5위-8위-8위의 성적을 남겼다. 2년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팬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극성팬들이 딸의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비난 문자를 보내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이후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고 APBC 대표팀도 지휘했는데 자리에 크게 연연치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이후 LG 유격수 오지환 발탁 문제로 국회 출석까지 요구받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정운찬 총재가 선 전 감독을 나무라는 발언을 하자 곧바로 감독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SK 와이번스 감독 후보에 올랐으나 조율과정에서 이견이 생기자 감독직을 철회한 일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연수 계획도 세웠으나 코로나 19가 발발하면서 포기했다. 대신 야구의 깊이를 더하는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자신의 경험을 녹아 있는 '선동열 야구학'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야구계에서는 언젠가 다시 한번 감독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지만 SK 입성이 무산되면서 올해 야인생활 10년째 접어들었다.
갑자기 김종국 감독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경질되는 변수가 생겼다. 이미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터라 다른 팀 소속 후보는 없고 우승 경험이 있는 야인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 전 감독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KIA를 떠난지 10년 만에 친정 복귀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선 전 감독은 2012~2014시즌 당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동시에 당시 KIA의 전력이 최약체라는 불운도 분명했다. 투수층이 절대 약체였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 세 시즌 동안 팀 평균자책점(ERA) 4.93, 9위였다. 선발 ERA 9위, 불펜 ERA 꼴찌였다. 마운드가 무너지니 성적을 낼 수 없었다. 투수운용의 대가도 약체 투수력으로는 해볼 도리가 없었다.
특히 국내파 원투펀치 윤석민과 양현종이 크게 힘을 쓰지 못했던 시기였다. 양현종은 2012년 28경기 41이닝(1승), 2013년 19경기 104⅔이닝 9승으로 에이스가 아니었다. 2014년 16승을 거두며 비로소 에이스의 길에 들어섰다. 2011시즌 4관왕과 MVP에 오른 윤석민도 2012시즌 28경기 153이닝 9승에 그쳤고 2013시즌은 WBC 후유증으로 풀타임에 실패했다.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진출했다.
결정적인 리스크는 원투펀치를 맡아야할 외인투수들의 부진이었다. 3년 동안 한 시즌 170이닝과 10승 이상을 따낸 외인투수는 2012시즌 앤서니 르루(11승, 171⅓이닝)가 유일했다. 더욱이 중간층이 부실하고 마무리 부재로 인해 자주 역전패로 이어졌다. 고육지책으로 외인 하이로 어센시오를 기용하기도 했다. 외인 3명 동시 출장금지에 묶여 외인 선발이 나오면 외인 타자가 벤치를 지켜야 했다. 메이저리그급 외인 투수들을 영입하지 못한 것이 컸다.
올해 KIA 마운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원투펀치로 영입했고 대투수 양현종, 국내파 에이스에 도전하는 이의리, 훨씬 날카로워진 윤영철까지 선발진이 단단해졌다. 불펜투수들도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최지민 이준영 임기영 전상현까지 필승조도 짜임새가 있다. 투수 백업층도 두터워졌다. 2012~2014시즌의 투수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선동열 야구가 명예회복 기회를 얻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