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고 있다는 걸 제가 느껴요.”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33)는 최근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올해 ‘예비 FA’였던 고영표는 KT와 5년 107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보장액 95억원에 인센티브 12억원의 조건이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창단 멤버 고영표는 구단 최초의 비FA 다년계약 선수가 됐다.
스스로는 “내가 이 정도 선수인가”라면서 한없이 낮췄지만 고영표는 최근 3년 간 가장 안정적인 선발 투수였다.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하고 2021년 복귀한 뒤, 3년 연속 10승과 160이닝 이상을 달성했다. ‘고퀄스’라는 별명은 고영표의 능력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별명이다. 등판만 하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기본적으로 던져줬다. 최근 3시즌 퀄리티스타트 63회를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 최다였다. 더불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40번이나 기록했다. 이 역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KT는 이러한 고영표의 가치를 인정했고 107억 거액을 투자해서 다년계약을 안겼다. 고영표는 “행복하다. 늘 행복했는데 또 KT에서 5년 동안 더 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 많은 돈을 받고 뛰니까 또 행복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다년계약 후 맞이하는 첫 스프링캠프다. 행복한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는 “제가 바라봐야 할 부분이 달라지는 것 같다. 매 시즌 잘 치러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지금은 이제 또 다른 압박감과 부담감이 생겼으니까 또 잘해야할 것 같다”라면서 “또 우승을 할 수 있게 후배들도 이끌어줘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실 고영표는 다년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FA 시장에서 최대어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검증된 선발 투수는 인기 매물이다. 경쟁이 붙으면 계약 금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었다. 고영표는 그럴만한 선수였다. 그러나 KT 잔류를 선택했다. 그는 “KT에 남고 싶었고 KT도 저와 함께 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계약을 제시해주셨던 것 같다”라면서 “시장에 나가고 싶은 욕심보다는 KT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다년계약 과정에서 고영표는 이례적으로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거액 계약을 하는 경우 메디컬테스트는 ‘패스’하는 게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고영표는 깔끔하게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 그는 “구단에서는 대형 계약을 하는데 몸이 나쁜 선수에게 돈을 줄 수는 없지 않나. 흔쾌히 뭐든 다 받아들였다. MRI도 한두 시간 정도 찍고 서울에서 병원도 3군데 돌아다녔다. 캠프 전에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겸, 좋았던 것 같다”라면서 말했다.
얼굴에 여유가 한껏 묻어 나왔다. 스스로도 이를 느끼고 있다. 그는 “항상 웃고 있다는 것을 제가 느끼고 있다”라며 “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팀에서 오래 야구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몸값을 해야 하는데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도 든다”라고 했다.
이제 고영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기준점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고영표는 “제가 으스될것도 없고 거만해질 것도 없다”라면서 “열심히 하고 후배들을 잘 도와주면서 후배들과 재밌게 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표정도 밝아진 것 같고 즐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KT와 다시 함께할 5년의 시간, 고영표는 팀의 우승은 물론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타이틀 홀더도 한 번 해보고 싶고 국내 투수가 타기 힘든 골든글러브도 한 번 타고 싶다. 5년 동안 선발로 뛰고 싶은 게 목표인데 선발로 뛰면서 골든글러브를 받아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많이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감독님께서 항상 의사를 물어보시지만 저는 항상 더 던지고 싶다고 얘기를 한다”라면서 “감독님께서 이닝 관리를 말씀하시는데 선발 투수라면 길게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를 보고 KT에서 좋은 계약을 제시해 줬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170~180이닝을 던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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