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원호 감독은 2024시즌 이글스 마운드를 이끌 에이스를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해 팀 최다인 11승을 거둔 펠릭스 페냐와 재계약하며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3선발을 구축했지만 그렇다고 페냐가 확실한 1선발이 된 건 아니다. ‘99번 에이스’ 류현진이 아직 메이저리그 구단과 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1차 스프링캠프에서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 구상을 모두 마쳤다. 나란히 재계약에 골인한 페냐-산체스 원투펀치가 중심을 잡고 그 뒤를 지난해 8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한 문동주가 받치는 구조다. 남은 두 자리는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신인 황준서가 후보군에 포함됐는데 호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4대2 서바이벌의 최종 승자 2명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캠프 2일차 훈련에서 만난 최 감독은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면서 특급 선발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최 감독은 “내가 판단했을 때 우리 마운드는 특급이 없다. 선발, 불펜 모두 마찬가지다. 특급이 없고 A급만 있다. 3선발급 선수들이 고르게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이제 그 선수들의 순번을 잘 나눠서 전략을 잘 짜봐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한화는 2013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10년이 넘도록 ‘특급 선발’ 갈증에 시달렸다. 외국인투수는 종종 에이스급 자원이 등장했지만 토종의 경우 10승을 거둔 투수는 2015년 안영명(10승), 2021년 김민우(14승)가 전부였다. 외국인투수 또한 에릭 페디, 조시 린드블럼, 에릭 요키시, 라울 알칸타라와 같이 15승 이상을 올리는 특급 자원은 없었다.
2018시즌을 끝으로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한화는 다가오는 2024시즌을 도약의 적기로 바라보고 있다. 노시환,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영파워와 김강민, 이재원, 채은성, 안치홍 등 올드파워의 완벽한 조화가 이뤄질 경우 충분히 5강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제 남은 건 타자를 압도하는 최강 1선발 자리인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으며 12년 만에 그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 감독은 “나도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구단 운영팀장도 류현진의 거취를 모른다고 한다. 다만 미국 계약 소식이 계속 안 들리니까 계속 기대가 커지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령탑은 일단 류현진의 복귀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멜버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지휘할 계획이다. 기본 기조는 류현진이 없는 2024시즌이지만 류현진이 복귀하는 시나리오 또한 최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있다. 한화의 2024시즌 개막전 상대는 지난해 통합 챔피언 LG 트윈스인데 류현진이 돌아올 경우 메이저리그 통산 78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로 우승팀을 상대할 수 있다. 최 감독은 개막시리즈 승리가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믿는 지도자다.
최 감독은 “미국 계약 소식이 들려와야 류현진을 향한 기대를 접을 수 있다. 류현진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리는 류현진은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복수 구단과 꾸준히 연결되며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한 때 친정 한화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일단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계약이 가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올해로 37세가 된 류현진을 향한 미국 현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메이저리그 4~5선발은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시선이다. 풍부한 경험과 관록, 정교한 제구력을 강점으로 꼽힌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또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오며 다시 류현진의 선택지에 한화가 추가됐지만 아직 미국에서 류현진을 주시하고 있는 구단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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