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에서 가까스로 현역을 연장한 ‘방출 포수’ 이재원(36)이 스프링캠프 이틀 만에 독수리로 변신을 완료했다.
이재원은 2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스프링캠프 2일차 훈련에서 주전 포수 최재훈과 함께 포수조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의 주된 테마는 포구였다. 김정민 배터리코치가 피칭머신에 공을 투입하면 이재원, 최재훈이 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번갈아가며 잡는 방식이었다. 공의 높낮이는 기본이고, 피칭머신의 위치를 조정해 좌완투수와 우완투수가 던지는 상황을 각각 구현했다.
김정민 코치는 포수들의 포구 자세를 일일이 체크하며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훈련공을 모두 소진한 뒤 포수들과 함께 공을 바구니에 담으며 다시 한 번 보완점을 짚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난해한 공이 머신에서 튀어나와 포구에 어려움을 겪자 “스위퍼다”라며 포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적생’ 이재원은 시종일관 밝고 의욕에 찬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다. 최재훈의 포구가 완벽하게 이뤄지자 “좋다 재훈이!”라며 파이팅을 불어넣었고, 최재훈 뒤에 서서 주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힘찬 기합과 함께 스트라이크콜도 외쳤다. 통산 1426경기를 뛴 베테랑 포수답게 본인의 차례 때는 노련한 포구를 선보였는데 프레이밍에서 확실히 관록이 느껴졌다.
이재원은 지난해 12월 말 연봉 5000만 원에 한화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SSG에서 2022년 105경기 타율 2할1리, 지난해 27경기 타율 9푼1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은퇴 위기가 찾아왔지만 구단에 직접 방출을 요청했고, 포수진 뎁스 강화가 과제였던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한화는 이재원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사며 최재훈, 박상언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로 전격 낙점했다.
2006년 SK 1차 지명된 이재원은 우승반지 3개를 포함 통산 1426경기 타율 2할7푼8리 1087안타 108홈런 612타점의 경력자다.
이틀 동안 이재원을 지도한 김정민 코치는 훈련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단 이틀만으로 모든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준비했던 훈련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해왔다고 볼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꿴 느낌이다”라며 “나도 팀을 옮겨봤지만 오랜 기간 한 팀에서 뛰다가 새 팀으로 오면 서먹할 수 있다. 그런데 이재원은 원래부터 같이 뛴 선수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재원 효과’를 향한 남다른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이재원은 경험이 많고 우승까지 해 본 선수다. 우리 팀에는 위닝 스피릿이 필요한데 이재원 뿐만 아니라 김강민, 안치홍 등이 그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듯하다”라고 바라봤다.
이재원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박상언, 장규현 등과 함께 제2의 포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코치는 “주전 최재훈이 휴식을 취할 때 누군가가 경기에 나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긴장감을 심어주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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