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자꾸 기대를 갖게 하네.”
미국 애리조나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스프링캠프지를 바꿔 불과 이틀 만에 환경 적응에 완료한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은 멜버른의 기후, 시차, 훈련시설에 특유의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선발진 구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갈증이 해소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한화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99번 에이스’ 류현진의 거취 때문이었다.
최 감독은 2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2024 스프링캠프 2일차에서 취재진을 만나 훈련 환경에 대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멜버른 볼파크는 호주 프로야구리그 멜버른 에이시스가 사용하는 메인구장과 보조구장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야구 산업화가 완벽하게 진행된 미국의 시설만큼은 아니지만 2월 한낮 평균 기온이 25캜 안팎인 멜버른의 기후와 구장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멜버른 볼파크는 스프링캠프 진행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날 기후는 스프링캠프지로서 손색이 없었다. 뜨거운 태양과 선선한 바람이 공존한 덕분에 한화 선수들은 한국의 초여름 날씨 속에서 구슬땀을 흘릴 수 있었다. 덥다는 표현보다 따뜻하고 선선하다는 표현이 적합한 날씨였다. 반팔 차림으로 그늘에 들어가면 다소 쌀쌀한 공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최 감독은 “햇빛이 따뜻하고 그늘은 선선하다. 날씨가 좋다”라며 “시차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캠프 기간이 짧아지면서 시차 있는 나라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오래 가는 선수는 일주일 이상 시차 적응에 애를 먹는데 호주는 2시간 차이라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시설과 관련해서도 “시설 만족도는 어디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팀들이 쓰는 곳보다는 못하지만 대신 그런 곳들은 제약이 많다. 조금만 비가 와도 관리인이 시설을 못 쓰게 하고, 시간제한도 있다. 멜버른 정도면 훌륭하다”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도약의 '키'로 선발진을 꼽은 최 감독은 기후가 좋은 멜버른에서 4, 5선발 오디션을 개최할 계획이다.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까지 3선발이 확정된 가운데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황준서가 남은 두 자리를 두고 4대2 서바이벌에 나선다.
그러나 한화의 2024시즌 에이스가 페냐로 확정된 건 아니다. KBO리그 복귀를 택할 경우 한화로 돌아와야 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미국에서 FA 자격을 얻은 뒤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보다 부상 이력이 많거나 커리어가 부족한 베테랑 선수들은 하나둘씩 행선지를 찾는데 류현진만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은 “나도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구단 운영팀장도 모른다고 한다. 미국 계약 소식이 계속 안 들리니까 계속 기대를 갖게 한다”라고 껄껄 웃었다.
최 감독은 일단 류현진의 복귀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스프링캠프를 지도할 계획이다. 기본 기조는 류현진이 없는 2024시즌이지만 류현진이 복귀하는 시나리오 또한 사령탑의 머릿속에 들어있다.
최 감독은 “미국 계약 소식이 들려와야 류현진을 향한 기대를 접을 수 있다. 류현진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플랜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리는 류현진은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복수 구단과 꾸준히 연결되며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한 때 친정 한화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일단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계약이 가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올해로 37세가 됐지만 미국 현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메이저리그 4~5선발은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시선이다. 미국 복수 언론은 풍부한 경험과 관록, 정교한 제구력을 강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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