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몸 투수에게 삼중사중으로 안전장치가 들어갔다. LA 다저스 좌완 투수 팩스턴(35)의 계약은 보장 금액만큼 인센티브 비중이 크다.
미국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 기자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팩스턴의 계약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다저스는 지난달 30일 팩스턴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는데 1년 기간 외에는 금액을 알리지 않았다.
당초 1년 보장 1100만 달러로 알려졌지만 로젠탈 기자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팩스턴에게 보장된 금액은 700만 달러였다. 계약금 300만 달러, 연봉 400만 달러가 보장 금액으로 나머지 인센티브는 세부적으로 짜여졌다.
6·8·10·12·16경기를 선발등판할 때마다 60만 달러씩 추가로 받으며 18경기를 선발등판하면 100만 달러를 받는다. 18경기 이상 선발등판하면 최대 400만 달러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여기에 26인 로스터 등록 인센티브도 있다. 3월20일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시리즈 개막전 또는 3월28일 미국 현지에서 열리는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면 200만 달러를 받는다. 이때 로스터에 없더라도 4월15일 이전에 로스터에 합류하면 100만 달러가 주어진다. 토미 존 수술 후 재활 중인 워커 뷸러의 시즌 초반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다저스로선 팩스턴이 시즌 초반 로테이션에 정상 합류해야 한다. 개막전과 초반 로스터 등록 인센티브를 걸어둔 이유로 보인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막전이나 4월15일 이전까지 로스터에 들지 못해도 시즌 20경기 선발등판시 2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4월15일 이전 로스터에 포함돼 100만 달러를 받은 상황에서 선발 20경기를 충족하면 100만 달러를 추가 지급받는다.
이에 따라 팩스턴이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00만 달러. 보장 금액 700만 달러와 맞먹는 금액으로 팩스턴이 모든 조건을 다 채우면 1300만 달러를 챙기게 된다.
다저스가 이렇게 안전장치를 걸어두며 복잡하게 계약한 것은 역시 팩스턴의 무시무시한 부상 이력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친 좌완 팩스턴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56경기(850⅔이닝) 모두 선발등판, 64승38패 평균자책점 3.69 탈삼진 932개를 기록 중인 베테랑이다.
좌완 강속구 투수로 검증된 선발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규정이닝 시즌이 단 한 번도 없다. 데뷔 초부터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팩스턴은 2018년 시애틀에서 던진 160⅓이닝이 개인 최다 기록. 2020년 양키스에서 허리 추간판 낭종 제거 수술로 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고, 2021년 친정 시애틀로 복귀했으나 토미 존 수술 때문에 1경기 만에 시즌이 끝났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으로 이적한 팩스턴은 토미 존 재활을 마치고 후반기 복귀를 준비했지만 마이너리그 경기 중 광배근 손상으로 아예 시즌을 건너뛰었다. 선수 옵션을 써서 보스턴에 남은 팩스턴은 지난해 시범경기 때 햄스트링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5월 중순 빅리그에 올라왔지만 9월초 무릎 부상으로 한 달 먼저 시즌을 접었다.
최근 4년간 허리, 팔꿈치, 광배근, 햄스트링, 무릎 등 각기 다른 부위를 다쳐 5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심각한 수준의 유리몸 투수이지만 지난해 19경기(96이닝) 7승5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95.2마일(153.2km)로 끌어올렸고, 구위형 투수를 필요로 한 다저스가 부상 리스크를 감수하고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