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이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간) 투수와 포수가 먼저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지에 모이고 야수는 21일 소집된다. 이정후는 일찍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준비한다.
KBO리그 통산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한국 최고의 타자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부터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모았다. 2022년에는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고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휩쓸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핵심 선수로 급부상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지난해 이정후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을 기록했다.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정후에게 달려들었다. 포스팅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FA 야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주목을 받은 이정후는 고민 끝에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이정후의 시즌 최종전을 지켜봤을 정도로 진심을 보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7억원)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최대 계약이다.
이정후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제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원래는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을 했는데 오늘은 혼자 출국한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시고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기분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이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했다. 밖에서 해야하는 기술 훈련만 남았다. 빨리 따뜻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음가짐은 이미 실전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야구만 하면 될 것 같다”라고 출국 소감을 밝혔다.
2017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팀 선배 김하성이 KBO리그 특급 유격수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KBO리그 통산 891경기 타율 2할9푼4리(3195타수 940안타) 133홈런 575타점 606득점 134도루 OPS .866을 기록한 김하성은 2020시즌 종료 후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74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통산 419경기 타율 2할4푼5리(1322타수 324안타) 36홈런 153타점 169득점 56도루 OPS .708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OPS .749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자리매김했다. 김하성의 성공은 이정후의 대형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정후는 단순히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최대 계약일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대 계약으로도 5위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역사에서 이정후보다 더 큰 계약을 맺은 선수는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 뿐이다.
“솔직히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내가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내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후배들과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김)하성이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나도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선수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욱 좋아질 것 같다. 그런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정후는 겨울마다 먼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김하성과 함께 운동을 하며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하성이형이 워낙 잘 알려준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보게 될거니까 그냥 와서 한 번 느껴보라고 했다. 어떤 투수의 공을 이렇게 오고 또 누구의 공은 저렇게 온다 이런 것보다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나도 빨리 가서 느껴보고 싶다”라고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기대했다. 이어서 “두려울 것은 없다. 맞추지만 않으면 된다. 맞으면 아프니까 무서울 것 같긴 하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두려운 것보다는 이런 공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또 그런 공을 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지난달 20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정후가 너무 좋은 계약을 해서 축하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항상 말했듯이 건강하게 부상 없이 한다면 한국의 이정후가 미국의 이정후가 되어도 그대로 활약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정후가 이정후한다'는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라며 이정후를 응원하면서도 “시즌에 만나면 적이다. (이)정후가 나에게 타구를 친다면 봐주는 것 없이 다 잡겠다”라고 경쟁의식을 불태웠다.
이정후 역시 “당연히 그래야 한다. 봐주면 같은 팀 투수에 예의도 아니고 우리의 플레이를 보러 온 팬분들에게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 경기 할 때는 사적인 감정을 다 빼고 정말 선수 대 선수로 경기를 해야한다. 나도 (김)하성이형이 나에게 치는 타구는 이빨로라도 잡겠다”라며 응수했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샌디에이고다. 3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개막 4연전이 열린다. 개막전부터 성사된 이정후와 김하성의 치열한 진검승부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