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시작되는 KIA 타이거즈의 2024시즌 스프링캠프는 선장이 없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었다. 후원 업체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아 배임수죄 혐의를 받는 김종국 감독이 지난달 29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직무정지 조치 하루 만에 경질된 것이다. 구속 영장이 기각돼 가까스로 구속을 피했지만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개인 비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 속에 KIA 팀 전체가 대혼란에 빠져있다.
감독 공백이 길어질수록 시즌 준비에도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선수단을 이끌어야 할 감독이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자리를 비운 것은 2년 전에도 있었다. 2022년 2월 한화 이글스는 거제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부재했다. 고국 베네수엘라의 불안한 현지 사정으로 인해 외교부 행정 절차가 지연됐고, 행낭에 갇힌 수베로 감독 여권 배송이 하염없이 늦어진 것이다.
결국 수베로 감독은 3주간 진행된 거제 1차 스프링캠프를 함께하지 못했다. 2월17일 입국한 뒤 일주일 자가격리를 거쳐 25일부터 대전에서 시작된 2차 캠프부터 지휘했다. 그 사이 대럴 케네디 작전·주루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캠프를 총괄하며 화상 통화로 수베로 감독에게 훈련 현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감독이 캠프 현장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선수들의 훈련 분위기나 몰입도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선 훈련량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감독 부재로 알게 모르게 느슨해진 분위기로 내부에서 우려감이 상당했다. 결국 2022년 한화는 46승96패2무(승률 .324)로 압도적인 10위에 그쳤다. 구단 역대 최다패 시즌. 팀 전력이 약하기도 했지만 내부에선 캠프 준비 과정에서 감독 부재를 실패 이유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아쉬운 시간이었다.
올해 KIA 스프링캠프도 2년 전 한화와 비슷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김종국 전 감독 해임으로 진갑용 수석코치가 캠프를 먼저 지휘한다. 호주 1차 캠프는 오는 20일까지 3일 훈련, 1일 휴식으로 진행된다. 선수 개개인이 몸을 만들며 기술 훈련으로 끌어올리는 시기로 감독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시기는 아니다. 2년 전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던 한화와 달리 KIA는 포지션별로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크게 동요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도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파악하며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감독 부재가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 올해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어느 때보다 새로운 규정 도입이 많은 해라 감독이 구상하고 대비해야 할 게 많아졌다. 감독이 어떤 야구를 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준비 과정도 달라질 수 있다.
KIA 주장 나성범도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로선 늦어도 1차 캠프 종료 시점이 데드라인이다. 2월22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는 6차례 연습경기가 예정된 실전 기간으로 감독 없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다만 시기상으로 감독 후보 풀이 제한적이다. 올해로 43년째가 된 KBO리그 역사에서 2~3월에 감독 교체를 한 팀은 없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지금껏 전례가 없는 케이스로 KIA의 선택지도 많지 않다. 나머지 9개 구단도 코치진 조각을 마치고 시즌 준비에 나선 시점이라 현직 지도자를 빼올 순 없다.
결국 내부 승격이나 재야의 야인을 외부에서 영입해야 하는 두 갈래 선택의 길로 나눠진다. 선수단 파악에 용이한 내부 승격은 안정을 기할 수 있지만 내부에 1군 감독 경력자가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영입에 무게가 기운다. 경험이 풍부하고, 실적이 확실한 경력자들이 새 감독 물망에 오른다.
2년 전 한화는 캠프에서 감독 부재 영향도 컸지만 전력 자체가 너무 약했다. 반면 올해 KIA는 LG, KT와 ‘3강’으로 분류되는 우승 전력으로 평가된다. 새 감독이 외부에서 온다면 캠프에 하루라도 빨리 합류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데 두 번 다시 인사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KIA의 숙제가 만만치 않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