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왔던 홍건희(32·두산 베어스)에게 첫 욕심이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FA 계약 후 첫 2년의 활약을 발판 삼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다.
홍건희는 지난달 25일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총액 2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데뷔 첫 FA 권리를 행사할 때만 해도 설렘과 희망이 가득했지만 11월 30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구단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협상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에이전시까지 교체한 홍건희는 스프링캠프 출국을 불과 나흘 앞두고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홍건희는 1월 29일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계약이 많이 길어져서 나도 마음고생이 많았고, 기다려주신 팬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그래도 계약하고 나니 후련하다. 계약을 했으니 호주에서 몸을 잘 만들 것이고, 한 시즌 어떻게 야구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FA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막상 하게 되니 설렜고, 기분도 많이 좋았다. 들떠 있었다”라며 “그러나 협상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여러 의도치 않은 일로 난항을 겪었고, 힘들었다. 그래도 야구선수가 FA 계약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열심히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속내를 덧붙였다.
계약 후 두산 동료들이 보인 반응도 전했다. 홍건희는 “기본적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같이 계속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해줬다”라며 “그런 말을 들으니 그 동안 마음고생한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기다려준 동료들과 같이 준비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홍건희의 계약 조건은 다소 독특한 구조다. 두산에서 첫 2년 동안 최대 9억5000만 원(인센티브 포함)을 받으며, 2년 계약 만료 후 두산 잔류를 선언하면 2년 15억 원의 연장 계약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로운 신분으로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된다.
홍건희는 “다들 아시겠지만 샐러리캡 문제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4년 뒤 나이가 많아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 번 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구단과 상의했는데 신경 써서 옵트아웃 계약을 해주셨다”라며 “준비 잘해서 한 번 더 기회가 오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FA 계약 후 또 다른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도중 후배 정철원에게 내줬던 마무리 자리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홍건희는 “욕심이야 당연히 있다. 물론 캠프 가서 좋은 선수들과 경쟁해야겠지만 작년 보직변경에 대한 아쉬움 많았다. 다시 자리를 차지해서 잘 지켜내고 싶은 마음과 목표가 있다”라며 “물론 어느 위치가 됐든 열심히 던져야겠지만 우선은 마무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마무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마무리가 아니어도 다른 위치에서 상황에 맞게 던질 수 있다. 작년에 해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다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맡았던 투수조장 보직은 후배들 중 한 명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홍건희는 “캠프에서 코치님들과 상의를 해봐야할 부분이다”라며 “내가 하기 싫은 거보다 이제 밑에 동생들이 조장을 해야할 시기가 왔다. 아마 밑에 애들이 맡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화순고를 나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라운드 9순위 지명된 홍건희는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2023년 두산 이승엽호의 클로저로 낙점되며 뒷문지기 역할까지 수행했다. 부진을 겪으며 막바지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64경기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준수한 성적으로 예비 FA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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