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외야수’ 박건우(34·NC 다이노스)가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KBO리그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존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향했다.
NC 미국 스프링캠프는 강인권 감독을 비롯한 11명의 코칭스태프와 45명의 선수가 1월 30일부터 3월 5일까지 36일간 진행한다. 1월 31일 자율훈련을 시작으로 2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진행되며,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자체 평가전 및 LG 트윈스와 두 번의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공항에서 NC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박건우는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항상 준비하던 대로 준비했고, 잘 먹고 잘 쉬었다”라며 “지난해 팀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될 것 같다. 좋은 선수가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줄 거로 믿으며,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니 캠프에서 다 같이 준비를 잘해보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2009년 프로에 입단해 2016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박건우는 매년 꾸준히 3할 타율을 기록한 KBO리그 대표 교타자다. 박건우의 통산 타율은 3할2푼6리(3996타수 1303안타)로, 이는 이정후(키움)에 이은 현역 2위에 해당한다. 박건우는 이에 힘입어 지난 2021년 12월 6년 총액 100억 원 FA 잭팟을 터트리며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박건우는 FA 계약 2년차인 지난해 130경기 타율 3할1푼9리 12홈런 85타점으로 활약하며 타율 리그 전체 7위, 출루율 4위, 장타율 6위에 올랐다. 수비이닝 727⅔이닝,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97을 마크하며 마침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는 데 성공했다.
박건우는 “골든글러브가 너무 행복했다”라고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해 12월을 회상하며 “또 타면 좋지만 내가 살면서 목표로 한 걸 이뤘기 때문에 이제 골든글러브는 잘하면 따라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이 어려운 거지 잘하면 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는 “골든글러브를 제일 해보고 싶었다. 물론 (손)아섭이 형처럼 타격왕을 하면 부럽고 멋있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아섭이 형도 맨날 2위만 하다가 1위를 했다.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타격왕은 하늘에서 정해주시는 것이다”라며 “다른 목표는 많이 없다. 더 잘해서 야구 인생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성장할 거 같지도 않다. 기량을 잘 유지해서 조용히 길게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박건우는 2024시즌 KBO리그의 대대적인 룰 개정에 대해서도 소신의 목소리를 냈다.
오는 3월 23일 개막하는 2024 KBO리그는 유례없는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이미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 스피드업 효과를 본 피치클락이 전반기 시범 도입되고, 아직 메이저리그도 시도하지 못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전 세계 최초로 구심의 볼판정을 대신한다. 여기에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또한 KBO리그를 변화의 물결로 이끌 예정이다.
박건우는 “일단 수비시프트는 상대팀이 나한테 딱히 안 한다. 한화, SSG 정도가 내가 많이 치는 쪽으로 가서 있는다”라고 운을 떼며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스트라이크존이다. 빨리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건우는 구체적으로 “심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고 감정이 조금 섞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바깥쪽 볼 하나가 빠지는 게 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심판 모두가 그 코스에 들어오는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판마다 존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라며 “로봇심판이 땅에 원바운드 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줘도 상관없다. 그럴 경우 우리는 거기에 대처하면 된다. 거기가 스트라이크이기 때문이다. 난 일관성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2024년 역시 NC 전력의 핵심인 박건우는 바뀌는 룰 적응과 더불어 올해도 NC의 공격과 수비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그는 “수비를 많이 나가는 건 당연한 거다. 난 솔직히 수비하는 걸 좋아한다. 매일 수비하던 사람이 수비를 안 나가면 대타를 나가는 기분이다. 수비를 안 하면 안 풀리는 경향이 있다”라며 “올해는 아섭이 형이 지명타자를 많이 칠 거 같은데 난 수비를 나가서 열심히 하겠다”라고 꾸준한 활약을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