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인해 감독이 팀을 떠나는 위기에 빠졌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KIA 선수단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로 향했다. 시즌을 시작하는 희망찬 순간이지만 KIA 선수단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김종국 전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배임수재죄 혐의로 인해 팀을 떠났고 구속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고 발표해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9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사건은 2022년으로 되돌아간다. 그 해 KIA 단장으로 취임한 장정석 전 단장은 당시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에게 연장계약의 대가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3월 29일 해임됐다. 이후 KBO는 검찰에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KIA는 결국 지난 29일 “구단은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김종국 감독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로 출발하는 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심문에 출석했다.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 심문은 오후 12시30분경 끝났지만 아직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선수단 주장 나성범은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감독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까 야구에 집중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인데 웃고 좋은 분위기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는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을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종국 전 감독 사태로 선수단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KIA는 올해 가을야구에 도전할 전력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IA는 지난 시즌 73승 2무 69패를 기록하며 5위 두산(74승 2무 68패)과 단 1게임차 6위에 머무르며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9월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핵심선수들이 잇따른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번 겨울에는 부진했던 외국인투수 2명을 윌 크로우(100만 달러)와 제임스 네일(70만 달러)로 모두 교체했고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선빈, 고종욱 등 외국인타자와 내부 FA를 모두 잡았다. 여기에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까지 데려오면서 선수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지난해 같은 부상 변수가 없다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거란 전망이 많다.
나성범은 “주변에서 정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나도 그에 걸맞게 준비를 잘 해야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준비하고 있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올 시즌 활약을 자신했다.
투수 최고참 양현종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에 집중해야하는 시간이다. 단장님께서도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선수들은 크게 신경쓰지 말고 시즌만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성범이도 선수들에게 씩씩하게 하자고 주문했다.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무거운 분위기에도 자신이 생각했던 각오나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스프링캠프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작년에 가을야구 문앞까지 갔다가 아쉽게 놓쳤다”라고 아쉬워한 양현종은 “솔직히 마지막에 연승을 했을 때는 우리 팀이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 멤버들이 다시 돌아오고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우리 팀이 분명히 작년보다는 높은 곳에 올라갈거라고 확신한다.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추운 날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서 “우리 선발투수들이 어리기 때문에 나와 외국인투수들이 부담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정말 일찍 내려가지 않고 오랫동안 길게 던졌으면 하는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바람이다”라고 베테랑 에이스로서의 책임감도 강조했다.
4년차 선발투수 이의리는 “올해는 우리가 잘하지 않을까 싶다. 팬분들의 기대가 크신 만큼 우리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특급 내야수 유망주 김도영은 “선수들 대부분이 올해는 잘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6위를 했는데 우리가 6위에 있을 팀은 아니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가을야구보다도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준비를 잘 하겠다”라며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KIA는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올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