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58억 FA 계약에 골인한 김재윤(34·삼성)이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자리를 탐내고 있다.
‘이적생’ 김재윤은 30일 삼성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김재윤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일단은 기대도 많이 되고 걱정도 된다. 여러 오묘한 감정으로 가는 거 같다”라며 “팀 적응이 안 돼서 캠프 가서 적응하고 선수들과 친해지는 게 첫 번째일 거 같다. 낯가림이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새 둥지에서 스프링캠프를 출발하는 소감을 전했다.
불펜 FA 시장의 최대어였던 김재윤은 지난해 11월 22일 삼성과 4년간 계약금 20억 원, 연봉 합계 28억 원, 인센티브 합계 10억 원 등 최대 58억 원에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시장 투수 최고액이었다.
김재윤은 “단장님께서 되게 적극적으로 와주셨다. 너무 좋은 대우를 받아서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라며 “많이 받은 만큼 올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번 오프시즌에는 운동을 더 빠듯하게 한 거 같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몸을 잘 만들었다”라고 삼성맨이 된 소감을 전했다.
삼성에 친한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는 “(장)필준이 형도 있고, (김)동엽이도 아는 사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없는 거 같다. 친해져야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삼성에 친한 선수는 없지만 존경하는 선수는 있다. KBO리그 마무리계의 리빙 레전드이자 삼성을 대표하는 클로저 오승환이다. 김재윤은 “항상 말해왔듯 우상이었던 분이다. 아직 훈련을 안 해서 실감이 안 나지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볼 생각이다. 워낙 몸 관리도 잘하시는 분이고, 야구 외적으로도 경험이 많은 선배니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우상과 마무리 경쟁을 한다고 양보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다른 FA 마무리인 임창민과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김재윤은 “모든 불펜 투수는 마무리가 꿈이다. 어느 보직이든 최선을 다하겠지만 마무리라는 타이틀을 하고 싶다”라며 “아마 다른 선수도 그럴 거다.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께서 캠프 때 결정한다고 하시니 경쟁을 해야 할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마무리 보직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워낙 진짜 잘하는 선배님들이라 걱정은 안 된다. 누가 나가도 잘 할 수 있는 분들이라 내가 잘 융화해서 폐만 끼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선배들을 향한 진심을 표현했다.
이번 계약으로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쓰게 된 김재윤. 부담은 없을까. 그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작은 구장이고, 내가 뜬공형 투수라 걱정이 안 되지는 않는다. (강)민호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고, 컨트롤이나 코스, 구질에 변화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직구 위주로 승부를 했다면 이제 변화구도 섞어서 땅볼을 유도하는 게 관건인 거 같다”라고 전략 변경을 암시했다.
김재윤의 이적 첫해 목표는 우승이다. KT 시절이었던 2021년 얻은 통합우승 DNA를 삼성에 이식시키고 싶다. 김재윤은 “삼성에서 우승하고 싶다”라며 “개인적인 목표는 세이브왕 타이틀이다. 매년 그걸 목표로 갖고 있지만 재작년과 작년 모두 2위로 끝났다. 올해도 만약 마무리를 맡게 된다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에 늦게 와서 최대한 늦은 나이까지 하고 싶다. 몸 관리도 잘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부상도 많이 신경 쓴다”라며 “(오)승환 선배와 같이 훈련했을 때 웨이트 훈련을 봤는데 나 또한 놓지 않고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들수록 더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더 많이 하려고 한다”라고 롱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김재윤은 처음부터 투수가 아니었다. 휘문고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서 포수로 뛰었던 김재윤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특별 13순위로 입단해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으로 투수 글러브를 끼었다.
김재윤은 입단 2년차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막내 KT의 클로저를 맡아 경험과 세이브를 동시에 쌓았다. 팀의 암흑기 속에서도 꿋꿋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고, 2020년 데뷔 첫 20세이브에 이어 2021년 30세이브를 통해 개인 통산 1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2022년 개인 최다 세이브 경신(33세이브)과 함께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김재윤의 고공행진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59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안정감을 뽐내며 KT의 기적의 반등 주역으로 거듭났다. 한때 꼴찌까지 떨어졌던 팀 사정 상 각종 수치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SSG 서진용(42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고, WHIP(1.02)는 클로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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