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은 인천팬이 기억하는 번호”…SSG→한화 충격 이적, 42세 베테랑 왜 등번호 '0' 포기했나 [오!쎈 현장]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1.30 09: 50

한화 이글스 충격 이적도 모자라 20년 가까이 등에 새긴 배번 ‘0’까지 ‘9’로 바꾼 김강민(42). 그는 왜 한화에서 0을 새길 수 있었음에도 굳이 등번호 변경을 요청한 것일까. 
한화맨이 된 김강민은 30일 오전 한화 이글스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했다. 
김강민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피곤한 시간인데 기대도 있고, 설렘도 있다. 호주도 처음 가고, 여러모로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라며 “팀을 옮긴 게 처음이다. 새로운 팀의 선수들과 처음 가는 캠프라 어떤 야구를 할지 기대가 된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30일 오전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2024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한화 김강민이 미소짓고 있다. 2024.01.30 / ksl0919@osen.co.kr

김강민 / 한화 이글스 제공

김강민은 지난해 11월 4년 만에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김강민은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2차 2라운드 18순위로 입단해 와이번스와 랜더스에서만 무려 23년을 뛴 원클럽맨으로, 구단 영구결번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였다. SSG 팬들 입장에서는 보호선수 제외와 이적 모두 충격적인 결과였다. 
한화 구단은 당시 “4라운더 김강민은 외야 뎁스 강화 및 대수비 대타 자원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공감을 나누면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지명했다”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김강민은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했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한화 구단 사무실을 찾아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한화 구단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소속이 된 외야수 김강민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킬 계획이다”라고 한화 김강민의 탄생을 알렸다. 
한화 김강민, 안치홍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30 / ksl0919@osen.co.kr
김강민은 “일단 프로야구 선수니까 야구를 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내가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결정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내가 야구장 필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운동도 조금 일찍 시작했다”라고 현역 연장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화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묻자 “항상 입던 것만 입다 보니까 색깔 자체가 바뀌어서 조금은 어색했는데 유니폼 재질은 되게 편했다(웃음). 자꾸 입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SSG랜더스필드를 밟는 상상도 해봤을까. 김강민은 “그 어느 팀과 똑같을 것 같다. 근데 조금 색다르긴 할 것이다. 한화 홈구장은 3루에서 보다가 1루로 가는 거고, 문학에서는 3루로 가는 거니까”라며 “조금 생소한 느낌은 있겠지만 일단 경험해 봐야 알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이 이적했을 때 홈구장이었던 곳을 가면 다른 느낌이 온다고 얘기를 하더라. 나도 경험을 하고, 첫 경기 끝나고 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30일 오전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2024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 김강민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1.30 / ksl0919@osen.co.kr
김강민은 한화 이적과 함께 지난 2004년부터 함께한 등번호 ‘0’과도 작별을 선언했다. 한화맨 김강민의 등번호는 ‘9’다. 그는 “0번은 SK, SSG에서 달았던 번호고, 새 팀에 왔으니 새 번호를 달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0번은 인천에 계신 SK, SSG 팬분들에게 나를 기록하는 번호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또 다른 번호로 조금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번호를 못 바꿀줄 알았는데 바꿀 기회가 생겼다. 한화에서는 다른 번호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9번을 택했을까. 김강민은 “0번이랑 비슷해서다. 간단하다. 한 자릿수 번호를 달고 싶었고, 있는 번호 중에서는 9번이 조금 더 익숙했다”라며 “예전에 대표팀에 나갔을 때 0번을 못 달아서 9번을 달았던 기억도 있다.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2024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한화 김강민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4.01.30 / ksl0919@osen.co.kr
김강민은 지금까지 늘 그랬듯 한화에서도 베테랑의 품격을 발휘하며 팀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도울 계획이다. 그는 “야구선수니까 기량발휘를 1번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며 “내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궁금해 하고 부족한 부분을 케어해줄 생각이다. 그 선수들이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본인들이 가진 장점들을 잘 살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조금 도와주는 걸 생각하고 있다. 내가 크게 간섭하고 이런 건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강민은 2001년부터 20년 넘게 한결같은 응원을 보낸 인천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항상 기억하고 있고, 그 긴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SK, SSG라는 팀을 좋아한다”라며 “나와 오래 지낸 후배들도 있기 때문에 크게 안 좋은 감정은 없다. 그렇다 보니 팬분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감정을 많이 갖고 있다. 감사했고, 앞으로 또 야구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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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2024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한화 김강민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4.0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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