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김종국 감독은 수사당국에서 금품수수와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이 드러냈다. 현직 감독이 금품수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태는 빠르게 흘러갔다. 지난 29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장정석 전 단장은 지난해 3월 2022년에 소속팀 포수로 뛰었던 박동원(LG)에게 연장계약의 대가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임됐다. KBO는 검찰에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정황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결국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KIA는 지난 28일에는 “김종국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지난 29일 “구단은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만약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 모두 곧바로 구속된다.
배임수재죄는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죄목이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특정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유리한 조건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종국 전 감독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국 전 감독은 유무죄와 관련 없이 구단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됐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선수단의 동요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독대행을 맡은 진갑용 수석코치는 지난 29일 출국 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다.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다. 호주 전지훈련 가서 코치들과 대화를 통해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나도 어제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했다. 오늘 단장님 잠깐 만나서 이야기 들었는데 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끼라고 말씀해주셨다. 코치들과 잘 의논해서 우리 하던 루틴대로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내가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코치들과 많은 대화 나누면서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아마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라며 걱정한 진갑용 코치는 “내가 따로 ‘너무 동요하지 말고 우리 운동하는 식으로 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계기 통해서 다시 생각할 것이고 낼 잘 준비해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선수단 혼란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진갑용 코치도 인터뷰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KIA는 지난해 73승 2무 69패를 기록하며 리그 6위에 머물렀다. 5위 두산(74승 2무 68패)과는 단 1게임차로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9월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핵심선수들이 잇따른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웠다.
아쉽게 가을야구를 놓친 KIA는 겨우내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내부 FA 김선빈(3년 총액 30억원)과 고종욱(2년 총액 5억원)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고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을 총액 1억2000만원에 데려왔다. 지난해 많이 아쉬웠던 외국인투수는 윌 크로우(100만 달러)와 제임스 네일(70만 달러)로 모두 교체했고 2년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총액 120만 달러(약 16억원)에 재계약했다.
전력 유출 없이 시즌 준비를 마친 KIA는 올 시즌 가을야구 복귀를 목표로 내걸었다.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2월 21일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갬프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김종국 감독은 오는 29일 코칭스태프와 시드니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캠프 출국을 하루 앞두고 직무정지가 되고 말았다.
스프링캠프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사령탑이 불미스러운 일로 직무정지가 된 것은 KIA 입장에서 정말 큰 타격이다. 공교롭게도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이날 KIA 선수단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캔버라로 향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