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보다 더 높게 부르시길래…”
한화 내야수 이도윤(28)은 그동안 겨울마다 연봉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지 못했다. 2015년 입단 후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고, 구단이 주는대로 연봉 계약서에 도장만 찍었다. 9년차였던 지난해 연봉은 3400만원에 불과했다. 리그 최저 연봉(3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팀 내 최고 가성비 활약으로 야구 인생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월20일 1군 콜업 이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주석의 징계, 박정현의 부진, 오선진의 부상으로 찾아온 찾아온 유격수 자리를 6월부터 완전히 꿰찼다.
데뷔 후 1군에서 가장 많은 106경기를 뛰며 타율 2할5푼2리(309타수 78안타) 1홈런 13타점 11도루로 활약했다. 유격수로 97경기(90선발 746이닝) 실책 8개로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다. 기대 이상의 타격 솜씨에 두 자릿수 도루까지 공수주 다방면에서 팀에 기여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연봉 대비 기여도로 보면 이도윤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연봉 많이 받아야 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연봉 협상’을 기대하며 에이전트와 함께 테이블에 앉은 이도윤. 협상 테이블에서 어느 정도 줄다리기를 할 각오로 들어왔다. 그런데 구단의 최초 제안을 듣고선 잠시 에이전트와 얘기를 나눈 뒤 바로 도장을 찍었다. 이도윤은 “제 생각보다 (구단에서) 더 높게 부르시길래 한 번에 계약을 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29일 한화가 발표한 2024년 선수단 연봉 계약에 따르면 이도윤은 75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3400만원에서 4100만원 오른 금액. 연봉 인상률이 120.6%에 달한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3300만원→1억원, 203.0%), 홈런왕 노시환(1억3100만원→3억5000만원, 167.2%), 신인 문현빈(3000만원→8000만원, 166.7%)에 이어 팀 내 4번째 높은 인상률이다.
연봉 협상을 기분 좋게 마쳤지만 새 시즌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도윤은 “작년 시즌을 뛸 때는 잘 몰랐는데 오래 뛰면서 힘이 떨어진 부위들이 있었다. 발뒤꿈치와 종아리가 타이트해지고 아파서 그 부분을 강화하는 운동을 겨울에 많이 했다”며 “체력 관리를 못한 것도 아쉬웠다. 그렇게 많이 뛴 것이 처음이라 관리하는 법도 몰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전체적으로 운이 좋았다. 힘이 떨어지고 안 좋을 때도 빗맞은 게 안타가 되기도 하고, 수비는 머릿속에 그려놓은 대로 잘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며 “올해는 팀 내 경쟁 구도가 더 많아진 만큼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경쟁하다 보면 모두 발전이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도윤이 말한 경쟁은 유격수 자리도 마찬가지.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도윤과 하주석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한다. 컨디션 좋은 선수가 주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장정지 징계에 따른 실전 감각 부족으로 하주석이 공수에서 기량을 발휘를 못한 채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올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도 선발대로 지난 23일 채은성, 노시환, 주현상, 한승주와 함께 먼저 들어갔다. 연봉이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삭감된 하주석은 첫 FA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
이도윤도 하주석과의 경쟁을 각오하고 있다. 그는 “(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시작하는 것도 처음이라 영광이다. 어렵게 온 기회인 만큼 주전을 차지하고 싶다”며 “경쟁에 대한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다. 경쟁이 자신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자신 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주전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한화는 스프링캠프 출국 전날인 지난 29일 2024년 재계약 대상자 45명과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 홈런왕 노시환이 팀 내 최고 인상액(2억1900만원)으로 1억31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연봉 인상률 167.2%. 신인왕 문동주도 3300만원에서 단순에 1억원을 돌파하면서 팀 내 최고 인상률(203.0%)를 찍었다. 고졸 신인 역대 7번째 100안타(114개)를 돌파한 문현빈은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166.7% 상승했다.
불펜 핵심으로 활약한 주현상(5800만원→1억1000만원), 윤대경(9000만원→1억1000만원)도 나란히 첫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최고참 김강민은 지난해 SSG에서 받은 1억6000만원에서 5000만원 깎인 1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플레잉코치로 변신한 정우람은 지난해 FA로 받은 5억원에서 4억원 떨어진 1억원에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