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지난해 LG의 우승 공신이었다.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고,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그런데 염경엽 LG 감독은 올 시즌 오스틴의 활약에 대해 다소 걱정한다. 못할까봐 아니라 너무 잘할까 걱정한다.
오스틴은 지난해 13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3리(520타수 163안타) 23홈런 95타점 87득점 7도루 53볼넷 75삼진 장타율 .517, 출루율 .376, OPS .893을 기록하며 LG 4번타자로 활약했다.
3할 타율-20홈런-90타점을 기록한 것은 오스틴이 KBO리그 유일한 타자였다.
정규 시즌 활약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타율 3할5푼( 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OPS .931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3차전에서 'LG 킬러’인 KT 선발 벤자민 상대로 선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오스틴은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2024시즌 재계약에 합의했다. 지난해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서 보장액은 2배 넘게 인상됐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지로 먼저 출국했다. FA 김민성의 ‘사인 앤 트레이드’로 LG에 영입된 롯데 출신 내야수 김민수를 언급하면서 오스틴의 일본행을 걱정했다.
염 감독은 김민수를 내야 전 포지션을 준비시킨다고 하면서 백업 1루수로도 기대했다. 염 감독은 “오스틴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다. 오스틴이 올해 또 잘하면 일본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것도 다 대비는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틴이 올해까지 잘하면 (내년에는) 일본에 뺏길 수도 있다. 1년 갖고는 못 가도 2년 연속 잘하면 일본에서 데려갈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떤 대안을 했을 때 민수를 1루수로도 잘 키워야 하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LG에 복덩이 외국인 타자였다.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4번타자였다.
LG는 2022년 12월 외국인 타자 아브라함 알몬테와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알몬테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무릎에 문제가 있었다. LG는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놓고 알몬테와 계약 합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LG는 오스틴을 영입했다.
오스틴은 외야수가 주포지션이었고, 우익수가 제일 익숙한 자리였다. 아마추어 시절 1루수를 본 경험이 있는 오스틴은 1루수 후보였던 이재원이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1루수로 기용됐다. 그리고 풀타임 1루수로 시즌을 잘 치렀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오스틴은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을 수상, LG 선수로는 오랜만에 1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오스틴은 박병호(KT)와 양석환(두산)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오스틴은 유효표 291표 중 271표(93.1%)를 얻어 압도적인 표심을 얻었다.
LG로선 1990년 김상훈과 1994년 서용빈에 이어 오스틴이 구단 역대 3번째 1루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 이후 29년 만에 다시 1루수 골든글러버를 배출한 것.
오스틴은 미국에서 “이렇게 좋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승과 함께 더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LG를 대표해서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24시즌이 어떻게 될 지 벌써 궁금합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해왔다.
KBO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으로 진출한 사례는 많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놓고 일본 팀이 영입 경쟁에 나선다면, 연봉에서 KBO리그 구단들이 상대가 안 된다. 야수 중에서는 최근에 로하스 주니어가 거액을 받고 일본으로 진출했다가 올해 다시 KT로 복귀했다. 오스틴이 올해도 3할-20홈런-90타점을 기록한다면, 일본프로야구에서 관심을 갖게 될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