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롯데 마린스 사사키 로키(23)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구단과 갈등을 빚은 가운데 일본 야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매체 도쿄스포츠는 29일 “강행돌파로 대성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사사키를 둘러싼 소동이 잘 수습될 것 같지 않다. 지난 26일 12개 구단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계약한 사사키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로 4년 동안 한 번도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레이와의 괴물’이 단명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라고 사사키의 무리한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우려했다.
사사키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46경기(283⅔이닝) 19승 10패 평균자책점 2.00 376탈삼진을 기록한 특급 유망주다. 2020년 1라운드 지명으로 지바롯데에 입단한 사사키는 입단 첫 해에는 프로리그를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1군 경기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않는 등 극진한 관리를 받으며 차근차근 기량을 키워나갔다.
2021년 11경기(63⅓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2022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전국구 에이스로 부상했다. 성적도 20경기(129⅓이닝)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로 좋았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해 우승 주역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정규 시즌에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손가락 물집, 옆구리 근육 부상을 겪었고 후반기 대부분을 결장한 사사키는 15경기(91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아직까지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채운 시즌이 없다.
사사키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지바롯데에 포스팅을 허용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사사키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지바롯데는 사사키가 아직 활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스팅 요청을 거절했다. 지바롯데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나라면 구단에 조금 더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라며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둔 뒤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사키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최악의 경우 자비로 시즌을 준비할 위기에 처했지만 결국 추정 연봉 8000만엔(약 7억2160만원)에 계약에 합의했다.
지바롯데 잔류가 확정된 사사키는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스포츠는 “야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사키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엄격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가령 이번 오프시즌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면 과연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라며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메이저리그는 일본과 달리 선발투수들이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기본이다”라고 지적한 도쿄스포츠는 “사사키는 일본에서 6일 선발 로테이션도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상도 많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 3연승을 내달렸지만 시즌 중반부터는 손가락 물집, 옆구리 근육 부상, 발열 등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다. 이렇게 유리몸이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사키를 프로입단 전부터 알고 있는 한 구단의 은퇴선수는 “만약 사사키가 올해 모두를 납득시키는 성적을 거둔다면 지바롯데에서도 포스팅을 바로 허용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불안함은 남는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지바롯데처럼 사사키를 극진히 관리해줄지 알 수 없다. 사사키를 데려가려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그를 즉시전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사키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부상을 당해 장기결장을 할 수도 있다”라고 걱정했다.
다른 야구계 관계자도 “올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간다고 하더라도 1년째에 펑크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선수 생명이 단명할 가능성마저 있다. 지바롯데에서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해 빨라도 25세에 모두를 납득시키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본매체 론스포 역시 지난 27일 “야구계 거물이 사사키의 계약 문제에 분노했다”라며 1954년부터 1966년까지 요미우리에서 활약했고 현역 은퇴 이후에는 야쿠르트 감독(1977~1979년), 세이부 감독(1982~1985년), 지바롯데 단장(1995~1996년)을 역임한 일본야구 원로 히로오카 타츠로 전 단장의 생각을 전했다.
히로오카 전 단장은 “로키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라고 격분하며 “최근에 야구계에서 일어난 일 중에 가장 화가 나는 문제다. 어떤 내용으로 구단과 선수가 합의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사사키의 주장을 구단이 전적으로 들어줬다면 용서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던지지 않았다”라고 일침을 놓은 히로오카 전 단장은 “지바롯데는 잘 성장해달라는 마음에 무리시키지도 않았다. 대부분 6일 이상 휴식을 취했고 1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적도 없다. 일단 몸이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가 4일 휴식으로 로테이션을 돌면 바로 망가진다"며 "구단 입장에서 포스팅비 문제도 크겠지만 이런 문제도 생각을 해서 반대를 한 것이라고 본다. 규정상 해외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선수가 아니라 구단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안된다. 생각이 느슨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일본야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사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