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타니 쇼헤이(30)가 일본어 없이 영어로만 MVP(최우수선수)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야구기자 협회(BBWAA)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MLB 시상식에 참석, 단상에 올라 600여 명의 좌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짙은 정장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선 그는 미리 준비한 2분가량의 인사말을 영어로 소화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창한 영어로 장내에서는 어메이징 하다는 칭찬의 목소리’ (스포츠호치)
‘오타니의 영어 스피치에 회장 분위기 일순간 달라져’ (풀카운트)
‘오타니의 영어 능력에 미국 팬들도 “유창하다” “감명받았다”며 놀라움’ (디 앤서)
‘유창하게 영어로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닛칸스포츠) 등의 내용으로 다뤘다.
그는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에 대해 “6년간 모두가 많은 도움을 줬고, 내가 열정적으로 게임에 나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구단주와 코칭스태프, 동료,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새로 시작하는 다저스에서의 기대와 전 세계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이 장면을 지켜본 mlb.com의 양키스 담당 브라이언 호크스 기자가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5년 전(2018년) 신인상을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분명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며 “당시 소감 마지막에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다음에 여기 설 때는 컨닝 페이퍼 없이 하겠다’고 말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호크스 기자는 또 “오타니는 이날도 미리 준비한 소감을 보면서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지만, 확실히 5년 전과는 달리 유창한 영어를 선보였다”며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변화가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입증하는 장면이 이날 시상자로 나선 더스티 베이커 전 애스트로스 감독과의 대화에서 나타났다. 베이커 전 감독은 무대에 올라 오타니에게 상을 전해주며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베이커 전 감독은 “이 친구 아주 못됐다. 타석에 나올 때 내 쪽을 보며 가벼운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러면 뭔가 메모하는 시늉으로 애써 못 본 척한다. 잠시 후에 홈런을 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홈런 맞은 뒤) 기분이 언짢아 고개를 돌리면, 관중석에서는 아내(미세스 베이커)가 활짝 웃으며 핸드폰으로 이 친구 홈인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리고는 “가장 재능이 있고, 겸손한 친구다. 외모까지 좋다”고 극찬으로 마무리했다. 와중에 옆에 있던 오타니는 통역 없이도 베이커 전 감독의 유머를 모두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에 따르면 오타니는 따로 개인 교사를 둔 것은 아니고, 교재를 구입해 열심히 독학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통 능력이 좋아, 조금 서투르지만 자신감 있는 의사 표현으로 동료들과 대화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전언이다. 작년 한 매체가 에인절스 선수들에게 설문한 결과 “통역이 없어도 잘 지낸다. (영어 점수가) 10점 만점에 6.5점은 되는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오타니(AL MVP) 외에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NL MVP), 게릿 콜(AL 사이영상), 블레이크 스넬(NL 사이영상)과 신인상, 감독상 수상자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 대부분은 소감을 말할 때 미리 준비한 내용을 참고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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