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과 고우석, 두 명의 한국인 선수를 보유 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또 한 명의 KBO리그 출신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좌완 라이언 카펜터(33)가 초청 선수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32명의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 선수를 발표했다. 마이너리그 소속 특급 유망주인 포수 에단 살라스, 유격수 잭슨 메릴과 함께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캠프에 초청된 선수가 14명. 그 중 한 명이 카펜터다.
카펜터는 지난해 11월1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 배정됐다. 지난 2021년 5월31일 한화에서 방출된 뒤 1년 넘게 소속팀 없이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진행했고, 샌디에이고에서 재기에 나선다.
196cm 장신의 좌완 투수 카펜터는 지난 2018~2019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다. 2년간 15경기(14선발·63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8.57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20년 대만으로 무대를 옮겨 아시아 야구에 첫발을 내딛었다.
라미고 몽키스 소속으로 26경기(25선발·157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150개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이때 한화의 눈에 띄어 2021년에는 KBO리그로 넘어왔다. 총액 50만 달러로 외국인 최저 몸값이었지만 31경기(30선발·170이닝) 5승12패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179개를 기록했다.
투구시 1루 쪽 투구판을 밟고 축발과 디딤발이 엇갈리는 크로스 스탠스 유형인 카펜터는 타점 높은 오버핸드로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각도의 공을 던졌다. 제구가 되는 날에는 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도 위력을 떨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구수와 장타 허용이 늘어 대량 실점하곤 했다. 타선과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해 리그 최다패를 당했고, 기복이 있긴 했지만 이닝 소화력은 준수했다.
수비 실책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멘탈, 지친 불펜을 위해 구원등판을 자처하는 희생정신도 높이 평가돼 7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2년차 시즌은 부상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4월20일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뒤 재활을 거쳐 5월25일 대전 두산전에 복귀했지만 이후 통증이 재발하면서 다시 엔트리 말소됐다. 결국 4경기(18이닝) 1패 평균자책점 2.50의 성적을 남긴 채 방출됐다.
지난해 2월 한화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장에도 찾아와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카펜터는 재활을 마치고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 복귀를 노린다. 초청선수 신분이긴 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KBO리그 출신 김하성, 고우석과 함께한다. 빅리그 관문을 뚫으면 샌디에이고에는 KBO리그 출신 선수가 3명으로 늘어난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스프링 트레이닝 때도 투수 앙헬 산체스(전 SK 와이번스), 애런 브룩스(전 KIA 타이거즈), 윌머 폰트(전 SSG 랜더스),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전 KIA) 등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가 4명이나 있었다. 안면 있는 선수들을 만난 김하성도 “다들 오랜만에 만나 얘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4명의 모두 시즌 개막 후에는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다 팀을 떠났다. 과연 올해 카펜터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