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최대 16억 원에 계약했지만 만족은 없다. 오히려 홀드왕의 명예를 회복해야겠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우완투수 주권(29)은 지난 26일 원소속팀 KT 위즈와 2+2년 최대 16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총액 12억 원, 인센티브 2억 원)에 FA 계약했다. 첫 2년 계약의 총액은 7억 원이고, 나머지 2년은 9억 원의 성적 옵션이 걸려 있다. 주권은 두 달여간의 긴 협상 끝에 합의를 이뤄내며 2023-2024 KBO FA 시장의 최종 계약자가 됐다.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주권은 “크게 기분이 이상한 건 없다. 계약을 했으니까 다행이다. 구단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신 덕분에 어느 정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됐다”라고 생애 첫 FA 계약 소감을 전했다.
FA 계약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협상이 선수 측과 구단의 이견 차이로 인해 장기전에 돌입했고, 무려 6차례의 만남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 출발을 불과 사흘 앞두고 계약이 성사됐다.
이 기간 마음고생을 했던 주권은 “처음에는 크게 생각을 안 하고 계속 운동만 했는데 캠프가 다가오니 빨리 계약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라며 “그래도 계약이 잘 돼서 다행이다. 물론 내가 마지막 계약자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웃었다.
주권의 계약은 순수 4년 보장이 아닌 2년에 2년이 더해진 구조다. 첫 2년 활약 여부에 따라 2년을 연장할 수도, 2년 만에 FA 계약이 끝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주권은 “+2는 구단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또 그런 옵션이 걸려 있어야 악착 같이 야구를 할 수 있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 동포로,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7년 귀화했다. 이후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를 거쳐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우선지명으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데뷔 첫해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주권은 2년차였던 2016년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 2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을 남겼는데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해냈다. KT 구단의 창단 첫 완봉승이었다.
주권은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불펜투수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한 가운데 2020년 77경기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막내 KT의 국내선수 1호 타이틀 홀더가 된 순간이었다.
주권은 KT 마법의 여정의 살아있는 역사다. 2020년 홀드왕과 더불어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62경기 3승 4패 27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창단 첫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2022년에도 58경기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다만 예비 FA 시즌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3년 중국 대표팀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국제 경험을 쌓은 주권은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5.49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42경기 1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박영현, 손동현 등 후배들에게 필승조 자리를 내주며 시즌 막바지 대체 선발과 패전조 임무를 맡아야 했다.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 ⅔이닝 4실점 난조를 겪었다.
주권은 이번 FA 계약을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는 “최근 2년 정도 부진했다. 작년의 경우 운도 안 따르고, 초반 다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되게 아쉬웠는데 올해는 그런 걸 다 뒤로 하고 새롭게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라며 “앞으로 2년이든 4년이든 잘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팬들에게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주권이 부진한 사이 KT 뒷문에는 ‘제2의 오승환’ 박영현을 비롯해 손동현, 이상동 등 새로운 자원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부상으로 신음했던 김민수, 박시영도 2024시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필승조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주권은 “오히려 경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도 그만큼 압박감을 갖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 달여 동안 주권의 잔류를 간절히 바랐던 KT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주권은 “팬들이 너무 오래 기다려주셨다. 형들과 팬들이 SNS로 ‘주권은 왜 계약 안 하냐’고 보내주셨는데 어쨌든 잘 마무리가 됐다”라며 “KT와 앞으로 2년, 그리고 4년 동안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주권으로 거듭나겠다. 잘해보겠다”라고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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