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린 나이에 일본 명문구단의 에이스가 됐는지 알 수 있었다.
한화 불펜 필승조인 좌완 김범수(29)는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두산 투수 이영하(27)와 함께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보름 동안 일본 미야자키에 다녀왔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 토고 쇼세이(24)가 이끄는 투수들과 함께 합동 훈련을 하고 온 것이다.
일본 야구에 잔뼈가 굵은 정창용 팀퓨처스 대표가 요미우리 구단을 통해 토고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김범수와 이영하가 귀한 기회를 잡았다. 미야자키의 요미우리 전용 훈련장에서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 특급 투수와 같이 하면서 김범수가 보고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
김범수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 좋았다. 토고는 나보다 나이가 5살 어리지만 선배 같았다. 어른스럽고,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3살의 나이로 요미우리 투수조장을 맡은 토고는 시즌 후 팀에서 방출된 투수들까지 이끌고 비시즌 미니 캠프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 2018년 드래프트 6순위로 요미우리에 지명될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토고는 독학으로 변화구를 공부하는 등 남다른 탐구심과 향상심으로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부터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아 5시즌 통산 96경기(609⅔이닝) 43승27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550개를 기록 중이다.
2022년 25경기(171⅓이닝) 12승8패 평균자책점 2.62 탈삼진 154개 퍼시픽리그 탈삼진왕에 오르며 요미우리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토고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 발탁돼 7전 전승 우승에도 기여했다. 요미우리에서도 24경기(170이닝) 12승5패 평균자책점 2.38 탈삼진 141개로 성장세를 계속 이어갔다.
우완 스리쿼터 투수인 토고는 까다로운 이중 키킹에서 최고 154km 강속구에 포크볼,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한다. 특히 좌우 타자 안 가리는 포크볼이 위력적이다. 지난해 포크볼 피안타율이 1할6푼8리에 불과했다. WBC 결승 미국전에서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2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범수도 토고에게서 포크볼을 배웠다. 그는 “토고의 포크볼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 포크볼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투수들이 많이 쓰는 공인데 토고는 팔 위치가 옆으로 나오면서 포크볼을 던져 신기했다. 나와 팔 스로잉이 비슷해 던지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그립을 잡는 방법이 어렵더라. 내게 맞게 실밥이 좁은 쪽으로 잡고 던지면서 포크볼을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는 KBO리그 좌완 투수 중 가장 빠른 직구 평균 구속(147.3km)에 빠른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여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추가되면 우타자들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무기가 생긴다. 김범수는 “한국에 와서도 캐치볼을 할 때 토고에게 배운 포크볼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 받는 사람마다 괜찮다고 한다. 캠프에 가서도 계속 포크볼을 던져볼 것이다”고 기대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눈에 확 띄는 상승 폭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계속 스텝업했다. 2022년 78경기(66이닝) 3승7패27홀드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58개로 구단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우며 불펜 필승맨으로 자리잡았고, 지난해에도 76경기(62⅓이닝) 5승5패1세이브18홀드에 개인 최저 평균자책점 4.19로 또 한 번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