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한화 노시환(24)의 잠재력 폭발에는 채은성(34)을 빼놓고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채은성이 “웨이트는 파트너가 있어야 잘된다. 나랑 같이 하자”며 짝을 이룬 뒤 시즌 내내 두 선수는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틀에 한 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같이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홈경기 기준으로 오전 11시 반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일찍 출근했고, 원정에선 점심 식사 전에 숙소에서 스트레칭과 웨이트를 하는 루틴으로 힘과 체력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노시환은 시즌 막판까지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출전 기간을 빼고 131경기 모두 선발출장한 노시환은 “아픈 데 없이 풀시즌을 뛴 것이 의미 있다. 건강하고 자기 관리 잘하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며 “채은성 선배님 따라서 웨이트를 한 것이 효과를 봤다. 체중이 거의 찌지 않았다. 시즌 때는 에너지를 쏟은 만큼 잘 먹어야 하는데 웨이트를 꾸준히 해서 그런지 살이 확 찌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 결과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74볼넷 118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541 OPS .929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홈런·타점 1위에 등극하며 장타율·OPS 2위에 오른 노시환은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리그 톱클래스 선수로 올라섰다. 시즌 후 시상식 때도 채은성 이야기를 빼놓지 않은 노시환은 “은성 선배님께 야구를 배웠다. 잘 안 될 때 극복하는 방법부터 타격 기술 문제에서도 얘기를 주고받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이에 채은성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시환이는 원래부터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좋은 선수이고, 시즌 전부터 자신이 생각한 대로 준비를 잘하고 노력한 게 성적으로 나왔다. (안 좋을 때 폼 변화를 주지 않는 것에서) 스스로 준비한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였다”며 “내가 해준 건 없다. 힘들 때 맛있는 것 사준 것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채은성도 FA 이적 첫 해 137경기 타율 2할6푼3리(521타수 137안타) 23홈런 84타점 52볼넷 102삼진 출루율 .351 장타율 .428 OPS .779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시즌 중후반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페이스가 꺾였지만 웬만해선 쉬지 않고 중심타선을 지켰다. 전력이 약한 팀 사정상 자리를 비워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고, 이런 모습을 눈여겨본 최원호 감독이 새 시즌 주장을 맡겼다.
주장으로서 시즌 준비도 발 빠르게 한다. 지난 23일 노시환을 비롯해 내야수 하주석, 투수 주현상, 한승주와 함께 선발대로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멜버른에 넘어갔다. 2월1일 캠프 시작일보다 일주일 먼저 움직여 미리 현지 적응에 나선다. 전 소속팀 LG 시절에도 채은성은 캠프지에 먼저 들어가는 선발대 멤버에서 빠지지 않았다. 노시환도 채은성과 같이 움직이며 같은 루틴을 이어간다.
한화는 지난해 3~4번 타순을 맡은 노시환과 채은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막히는 날에는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나머지 타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졌고, 오르내림의 폭이 컸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검증된 중장거리 타자 안치홍을 영입하고, 타격에 강점이 있는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합류하면서 ‘노채 듀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집중 견제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면 두 선수의 성적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