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 FA 한파를 맞고 미아 위기에 몰렸던 권희동(34·NC)이 다시 억대 연봉을 회복했다. 절치부심한 끝에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NC는 지난 25일 2024시즌 신인 및 FA 선수들을 제외한 재계약 대상자들과 연봉 계약 완료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FA로 1년 계약한 권희동은 다시 일반 선수 신분으로 협상에 임했고, 9000만원에서 6000만원이 오른 1억5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연봉 인상률 66.67%. 1년 전 FA 시련을 극복한 연봉 상승이라 권희동에겐 의미 있는 계약이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은 권희동은 한파를 맞았다. 그해 82경기 타율 2할2푼7리(238타수 54안타) 5홈런 22타점 OPS .654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고, NC는 외야가 꽤 풍족했다. 손아섭, 박건우,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 외에도 상무에서 돌아온 김성욱, 퓨처스 FA로 영입한 한석현, 내부 유망주 천재환까지 있었다.
권희동이 꼭 필요하지 않았던 NC는 재계약에 미온적이었다. FA 시장에 나왔지만 반응이 냉랭했다. 2022년 부진하긴 했지만 커리어 전체로 보면 공수에서 쓰임새가 있는 선수였다.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가 발생하는 B등급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사인&트레이드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2월27일에야 원소속팀 NC와 1년 계약을 했다. 연봉 9000만원, 옵션 3500만원으로 최대 총액 1억2500만원으로 박한 대우를 받았다. 2022년 연봉 1억1000만원보다 보장 금액이 깎인 조건으로 2018년부터 5년간 억대 연봉을 받은 권희동에겐 자존심 상하는 FA 계약이었다.
하지만 권희동은 계약 당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기쁘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구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크게 느꼈다. 힘들었지만 내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를 주신 NC에 감사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뒤늦게 퓨처스 팀에 합류해 시즌 준비에 나선 권희동은 절치부심했다. 4월 한 달간 퓨처스 팀에서 뛰며 1군 부름을 기다렸다. 5월4일 1군 엔트리에 첫 등록된 뒤 주전 좌익수 자리를 되찾으며 명예 회복했다. FA 계약을 완전히 헐값으로 만들었다.
96경기 타율 2할8푼5리(309타수 88안타) 7홈런 63타점 49볼넷 50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405 OPS .793으로 보란듯이 반등한 것이다. 특유의 출루 능력과 함께 득점권 타율 3할2푼7리, 팀 내 최다 결승타 10개로 5번 중심타순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83명 중 타석당 투구수 1위(4.4개)에 오를 만큼 타석에서 끈질김도 대단했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연봉 1억5000만원으로 억대를 회복했다.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한 뒤 2021년 1억7000만원을 받은 권희동에겐 커리어 통틀어 두 번째 높은 연봉이다. FA 시련으로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반등 계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올 겨울 아쉬운 FA 계약자들에겐 좋은 롤모델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