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종 순위 8위로 마친 삼성은 오프 시즌 들어 마운드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계투진 강화 차원에서 FA 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한 데 이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최성훈과 양현을 지명했다. 내부 FA 대상인 오승환과 김대우를 잔류시켰다. 벤치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한층 더 다양해졌다.
마운드 보강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 외부 수혈은 없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전병우를 지명한 게 유일했다. 이종열 단장은 공격력 보강의 필요성에 대해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시다시피 외부에서 전력을 보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해줘야 할 선수로 꼽히는 오재일과 김지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지난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20홈런 이상 터뜨리는 등 해결사 본능을 제대로 발휘했던 오재일은 지난해 106경기에 나서 타율 2할3리(315타수 64안타) 11홈런 54타점 31득점에 그쳤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지금껏 보여줬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지찬은 지난해 99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291타수 85안타) 1홈런 18타점 59득점 13도루를 기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도 있지만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이들 모두 장점이 뚜렷하고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오재일은 장타에 목마른 삼성에서 몇 안 되는 슬러거다. 오재일의 1루 수비 능력이야 리그 최상급. 내야 전체에 안정감을 줄 만큼 수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지찬은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와 작전 야구로 다양한 득점 루트를 제공한다. 지난해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손주인 수비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재일에게 올 시즌은 아주 중요하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해 절치부심의 각오로 준비 중이다. ‘절친’ 이원석(키움)의 소개로 알게 된 대구 수성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날렵해진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매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기술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김지찬 또한 스포츠센터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오가며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 중이다. 착실히 개인 훈련을 소화하는 건 물론, 재능 기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경북고 타자들을 대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를 전수하기도. 이준호 경북고 감독은 “김지찬 선수가 고등학교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원태인 선수와 함께 틈틈이 학교에 나와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KBO는 지난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부터 ‘로봇 심판’이라고 불리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고 베이스 크기 확대와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는 등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이는 오재일과 김지찬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수비 시프트 탓에 피해를 봤던 오재일은 안타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찬은 로봇 심판 도입과 베이스 크기 확대로 자신의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말했듯 삼성 타선은 이렇다 할 외부 보강 요소가 없는 가운데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재일과 김지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 해준다면 가을 야구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