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FA 시장의 최대어가 사라진다. 그에 따른 반사 이익을 누리는 선수들도 생겼다. 시장에 보기 드문 20대 젊은 선발이라는 점에서 FA 가치가 폭등할 수도 있다.
KT는 ‘예비 FA’ 투수 고영표(33)와 다년 계약을 앞두고 있다. KT 구단은 지난 23일 고영표와 비FA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으로 5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총액 100억원 수준으로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 등 계약 절차를 마치는 대로 공식 발표가 있을 듯하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될 고영표는 ‘최대어’로 평가됐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입단해 창단 멤버로 시작한 고영표는 지난해까지 7시즌 통산 231경기(127선발·920⅔이닝) 55승50패7홀드 평균자책점 3.97 WHIP 1.24 탈삼진 778개를 기록했다.
데뷔 초반 구원으로 경험을 쌓은 뒤 2017년 선발로 전환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1년부터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KT 구단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이 기간 매년 21번의 퀄리티 스타트(QS)로 꾸준함을 보였다. 3년 연속 20QS는 리그 최초 기록이었다. 3년간 82경기(80선발·523⅔이닝) 36승21패 평균자책점 2.99 WHIP 1.12 탈삼진 400개로 300이닝 이상 던진 리그 전체 투수 29명 중 QS 1위, 이닝 2위, WHIP·다승 3위, 평균자책점 4위에 올랐다.
리그 정상급 선발로 꾸준함과 안정감을 보였고, 시즌 후 FA 시장에서 충분히 높은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곧 있으면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선발투수가 늘 부족한 리그 사정을 감안하면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KT가 고영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FA 전에 미리 눌러앉혔다.
지난 여름 한때 트레이드설도 나왔지만 창단 때부터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치지 않고 특급 대우를 약속했다. 100억원 이상에 계약한다면 2022년 2월 삼성 외야수 구자욱(5년 120억원), 2022년 12월 SSG 투수 김광현(4년 151억원), 2022년 12월 NC 투수 구창모(6년 125억원)에 이어 고영표가 역대 4번째 비FA 100억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예비 FA 최대어’ 고영표가 다음 FA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도 크다. 특히 선발투수 LG 최원태(27), KT 엄상백(28)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영표 같은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시장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20대 젊은 선발 FA라는 점에서 시장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시즌 후 FA로 풀린 SK 김광현, KIA 양현종이 당시 만 28세로 투수 역대 최연소 FA였는데 최원태와 엄상백이 같은 나이대. 빠른 년생인 최원태는 만 27세로 투수 최연소 FA가 된다.
2016년 넥센(현 키움)에서 데뷔한 최원태는 8년간 통산 193경기(181선발·1007⅔이닝) 69승51패 평균자책점 4.38 WHIP 1.37 탈삼진 715개를 기록했다. 전체 커리어로만 보면 고영표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7월 LG로 트레이드된 뒤 9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한 게 불안 요소이지만 매년 후반기 체력 저하로 고전한 특성이 있다. 주무기 투심 비율을 줄이고 포심-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시행 착오도 겪었는데 피칭 디자인을 수정하고 밸런스를 찾으면 충분히 반등이 가능하다.
엄상백은 2015년 데뷔 후 8시즌 통산 276경기(78선발·607⅔이닝) 32승34패3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4.80 WHIP 1.45 탈삼진 511개를 기록했다. 커리어 중반까지 구원으로 많이 던졌지만 최근 2년간 선발로 자리잡았다. 직구 평균 143.3km로 사이드암으로 빠르고 힘 있는 공에 체인지업이 결정구로 손에 익은 뒤 위력을 떨쳤다. 다만 지난해 시즌 막판 갈비뼈 미세 골절로 시즌 아웃되는 등 선발로서 완전한 풀타임 시즌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올해 풀타임 선발로서 건강과 지속성 유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KIA 팀 사정상 지난해부터 구원으로 보직을 옮겼지만 임기영(31)도 넓게 보면 FA 선발 후보군에 들어갈 만하다. 2012년 한화에서 데뷔한 뒤 2017년부터 KIA에서 활약 중인 임기영은 10시즌 통산 248경기(122선발·821⅓이닝) 45승57패4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4.71 WHIP 1.42 탈삼진 599개를 기록 중이다. 100이닝 이상 넘긴 게 5시즌으로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시장 관심을 받을 만하다.
2025년 시즌 후 FA 시장에 나올 만한 선발투수 자원으로는 두산 최원준, 이영하, 한화 김민우가 있지만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 앞으로 2년간 FA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젊은 선발 자원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최원태, 엄상백 그리고 임기영까지 FA 가치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