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이 한 명 먼저 팔렸다. 류현진(36)과 같은 레벨로 분류된 FA 좌완 투수 제임스 팩스턴(35)이 LA 다저스로 향한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선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팩스턴과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 계약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선발등판 횟수에 따른 퍼포먼스 보너스가 포함된 조건으로 조만간 계약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팩스턴은 보라스 에이전시 고객이다. 지난달 중순 포스팅에 나선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며 수완을 발휘한 보라스이지만 기존 메이저리거 고객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FA 시장에 남아있다.
어느덧 1월 중순이 지났지만 투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3루수 맷 채프먼, 외야수 코디 벨린저 등 포지션별 특급 FA들이 아직 미계약 신분이다. 특급은 아니지만 준척급 FA로 투수 류현진, 1루수 리스 호스킨스, 외야수 조이 갈로,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도 보라스의 고객으로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라스는 원하는 오퍼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길게 끄는 협상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가 초조해지기 마련이지만 보라스 고객이라면 또 다르다. 보라스는 2019년에도 3월초 브라이스 하퍼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13년 3억3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2018년 2월에는 에릭 호스머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8년 1억4400만 달러 계약을, 마르티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5년 1억1000만 달러 계약을 연이어 이끌어내면서 명성을 확인시켰다.
물론 보라스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이영상 출신 투수 댈러스 카이클은 시간을 끌다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결국 6월 시즌 중 1년 1300만 달러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단년 계약하며 FA 재수를 했다. 지난해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도 1년 780만 달러에 콜로라로 로키스와 계약했지만 기존 샌디에이고에 남았을 때 연봉(750만 달러)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올 겨울에는 고점과 저점의 폭이 큰 스넬과 벨린저 같은 보라스 고객들이 시장에 나와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팩스턴이 먼저 움직였다. 류현진과 같은 2등급 선발로 분류됐는데 다저스와 1년 1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따냈다. 최근 4년간 허리, 팔꿈치, 광배근, 햄스트링 부상이 이어지면서 25경기 117⅔이닝 투구에 그쳤지만 여전히 평균 95.2마일(153.2km) 강속구로 구위를 인정받아 단기 계약이지만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을 거머쥐었다.
류현진은 팩스턴 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조금 더 안정성이 있다. 팩스턴이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시즌 동안 규정이닝 시즌이 한 번도 없었지만 류현진은 3시즌 있다. 최근 4년간 60경기 315이닝으로 팩스턴보다 두 배 이상 던졌다. 나이가 팩스턴보다 1살 많긴 하지만 비슷한 급으로 묶인 만큼 비슷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물론 시장 상황이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류현진 영입 유력 후보 중 하나였던 뉴욕 메츠는 지난 8일 좌완 션 마네아를 2년 28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추가 선발 영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메츠이지만 ‘몸값이 떨어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아 사실상 류현진과 함께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전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지난 18일 쿠바 출신 강속구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와 4년 3200만 달러 계약 합의 소식이 알려졌다. 기존 선발 다섯 자리에 예비 선발로 로드리게스가 추가되면서 류현진의 자리는 없어졌다. 여기에 다저스가 팩스턴을 택하면서 관심을 모은 친정 복귀까지 선택지에서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