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또 한 명의 선발투수를 영입한다. ‘유리몸’ 투수로 유명한 좌완 제임스 팩스턴(35)이다.
‘LA타임스’를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FA 좌완 투수 팩스턴과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 범위의 계약으로 퍼포먼스 보너스가 포함된 조건으로 알려졌다.
다저스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12년 3억2500만 달러로 투수 역대 최고액에 영입했고, 탬파베이 레이스의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뒤 5년 1억3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여기에 팩스턴까지 데려와 선발진에 3명의 새얼굴을 추가했다.
4년 내내 부상 또 부상, 이런 유리몸 없다
팩스턴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리몸’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뒤 10시즌 통산 156경기 모두 선발등판, 64승38패 평균자책점 3.69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850⅔이닝 동안 삼진 932개를 잡아내 9이닝당 9.9개에 달하는 구위를 자랑했다. 2016~2019년 전성기 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95.4마일(153.5km) 이상 유지한 파워피처로 커터와 커브를 결정구로 썼다.
그러나 커리어 내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4~2015년 2년 연속 허리 부상으로 13경기씩 등판하는 데 그쳤다. 2016년부터 2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올랐고, 2017~2019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규정이닝은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2018년 시애틀에서 160⅓이닝이 개인 최다 이닝 기록. 팩스턴과 같은 2013년에 빅리그 데뷔한 류현진도 부상 위험이 높은 투수이지만 그래도 규정이닝을 3시즌이나 보냈다.
최근 4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2020년 뉴욕 양키스 시절 허리 추간판 낭종 제거 수술로 5경기 만에 수술을 받았고, 2021년 시애틀과 1년 8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친정 복귀했지만 1경기 만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1+2년 보장 100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토미 존 재활 이후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 나섰지만 광배근 손상으로 시즌이 끝났다.
선수 옵션으로 지난해 보스턴에 남은 팩스턴은 시범경기 때 햄스트링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5월 중순에야 빅리그에 복귀하는 등 4년간 25경기 117⅔이닝을 투구하는 데 그쳤다. 30대 중반 나이로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가 더 커졌고, FA 시장에서도 거취 결정에 시간이 걸렸다.
선발 넘치는 다저스, 그런데 왜 팩스턴 영입했나
비록 유리몸 투수이긴 하지만 건강하면 확실한 퀄리티를 보증하는 투수라 시장의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보스턴이 재결합에 관심을 보였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도 연결이 됐다. 하지만 지난 여름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부터 팩스턴을 눈여겨본 다저스가 선발진의 마지막 조각으로 팩스턴을 낙점했다.
LA타임스는 ‘팩스턴은 야마모토나 글래스노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다저스 선발진에 또 다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10년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고, 이는 팀 내 다른 어떤 선발보다 풍부하다. 선발들의 투구량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팩스턴은 꾸준한 베테랑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193cm 큰 키의 캐나다 출신 강속구 투수 팩스턴은 2016~2019년 4년 연속 선발로 20경기 이상 등판하며 평균자책점 4.00 미만을 기록했다. 그 시절은 지났지만 지난해에도 평균 95마일(152.9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메이저리그 투수 백분위수 71%에 속했다’며 여전히 리그 상위 30%에 속하는 강속구를 가진 점을 주목했다. 구위가 좋은 투수일수록 큰 경기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발 3명(클레이튼 커쇼, 바비 밀러, 랜스 린)이 조기 강판당하며 무기력하게 스윕패를 당한 다저스로선 경험 있는 구위형 투수가 필요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 글래스노우를 영입했지만 두 투수 모두 리스크가 있다. 야마모토는 6인 선발 로테이션에 익숙한 일본에서 뛰다 5일마다 한 번씩 등판하는 메이저리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글래스노우도 지난해 120이닝이 커리어 하이로 전형적인 인저리 프론이다. 토미 존 수술과 재활로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쉰 워커 뷸러도 시즌 초반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데뷔한 바비 밀러, 에밋 쉬헨, 가빈 스톤은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스윙맨 라이언 야브로도 이는 다르지 않다.
팩스턴도 부상 위험이 높은 투수이지만 선발 자원이 넉넉한 다저스가 관리를 하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팩스턴 수준의 유리몸은 아니지만 2022년 베테랑 좌완 타일러 앤더슨(LA 에인절스), 앤드류 히니(텍사스 레인저스)를 1년 계약으로 영입해 재미를 본 성공 사례도 있다.
류현진 친정 복귀 시나리오 무산, 어디로 가나
다저스의 팩스턴 영입으로 인해 류현진의 친정 복귀 가능성도 완전히 소멸된 분위기다. 기존 뷸러, 밀러, 쉬헨, 스톤, 야브로 그리고 새로 들어온 야마모토, 글래스노우, 팩스턴까지 선발 자원만 8명이다. 예비 선발 자원을 필요로 할 수 있지만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을 바라는 류현진의 몸값을 충족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새해도 어느덧 1월 중순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류현진의 행선지는 안갯속에 싸여 있다. 영입 후보로 거론된 팀들이 하나둘씩 리스트에서 빠지고 있긴 하다. 류현진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인 뉴욕 메츠는 지난 8일 좌완 션 마네아를 2년 28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메츠는 추가 선발 영입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몸값이 떨어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아 사실상 류현진과는 문이 닫혔다.
최근 4년간 함께한 원소속팀 토론 블루제이스도 당초 류현진과 재결합 여지를 남겼지만 크게 진전된 소식이 없다. 지난 18일 쿠바 출신 강속구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와 4년 3200만 달러 계약 합의 소식이 전해져 류현진과 재결합 시나이로는 사실상 불발됐다. 여기에 다저스까지 류현진의 선택지에서 제외돼 향후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하성과 고우석, 한국인 선수가 둘이나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류현진 영입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언론 예상일 뿐이다. 현재로선 어느 팀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어느덧 시계가 1월말로 향하면서 각 팀들이 하나둘씩 선발진 구성을 마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