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또 한 명의 선발투수를 영입한다. 베테랑 좌완 FA 투수 제임스 팩스턴(35)과 계약이 임박했다. ‘레전드 투수’ 클레이튼 커쇼(35)가 아직 미계약 상태인데 다저스가 좌완 FA 선발을 영입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들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팩스턴과 1년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 수준의 계약으로 선발등판 횟수에 따른 퍼포먼스 보너스가 포함된 조건으로 알려졌다.
다저스는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12년 3억25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장 기간, 최고 금액에 영입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데려와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도 체결했다. 여기에 팩스턴까지 잡으면 선발 3명이 새로 들어온다.
다저스는 기존 선발로 워커 뷸러, 바비 밀러, 에밋 쉬헨, 가빈 스톤, 라이언 야브로가 있다. 토미 존 수술 후 재활로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쉰 뷸러는 부상 예후를 살펴야 한다. 지난해 신인 밀러 쉬헨, 스톤, 선발과 구원을 오간 야브로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선발투수 보강이 필수였고, 야마모토와 글래스노우를 데려와 새로운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하지만 일본의 6인 선발 로테이션에 익숙한 야마모토는 5일마다 한 번씩 등판하는 게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일정에 적응해야 한다. 글래스노우도 규정이닝 시즌 한 번 없는 인저리 프론으로 풀타임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
선발진에 보험용 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다저스는 팩스턴에게 관심을 보였고, 계약 직전까지 왔다. 팩스턴도 최근 4년간 허리, 팔꿈치, 광배근, 햄스트링 등 각종 부상으로 이 기간 25경기 117⅔이닝 투구에 그친 ‘유리몸’이지만 지난해 보스턴에서 19경기(96이닝) 7승5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어느 정도 건강을 찾았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95.2마일(153.2km)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10월 선발투수 고갈로 어려움을 겪었던 다저스는 올 겨울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25년 다시 투수가 될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을 마무리한 뒤 글래스노우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연장 계약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공 하나 던지지 않은 야마모토와 투수 역사상 가장 비싼 계약을 했다. 부상 이력이 많은 글래스노우는 커리어 하이가 120이닝밖에 되지 않고, 일본에서 6인 로테이션을 돈 야마모토의 투구량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합리적인 의문점이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가 팩스턴 영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팩스턴도 다저스가 한 시즌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있지만 기대감도 불러일으킨다. 지난 여름 보스턴에서 반등에 성공했고,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다저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며 ‘그의 구위는 여전히 살아있다. 타일러 앤더슨(LA 에인절스), 앤드류 히니(텍사스 레인저스)를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노아 신더가드 실험이 재앙으로 돌아간 다저스의 1년짜리 투수 영입 전략으로 위험 부담이 적다’고 평가했다.
팩스턴 영입은 커쇼의 상황과도 연결돼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시즌 후 왼쪽 어깨 견갑상완인대와 관절낭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은 커쇼는 재활을 거쳐 올 여름 복귀를 목표로 선언했다.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결정했지만 다저스와 1년 계약이 끝나 FA로 풀렸고, 아직 미계약 신분으로 시장에 남아있다. 고향팀 텍사스 이적설이 늘 그랬던 것처럼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소식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의 팩스턴 영입은 커쇼와 이별을 의미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디애슬레틱은 ‘다저스는 커쇼가 원하면 복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미래 명예의 전당 헌액자는 어깨 수술로 인해 8월이 되기 전까지는 투구할 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지역지 LA타임스도 ‘다저스는 커쇼를 다시 데려오는 데 관심이 있지만 수술로 시즌 대부분을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커쇼의 상태로는 올해 정상적인 등판을 장담할 수 없다. 나이도 있고, 어깨 부위라 조심스럽다. 즉시 전력으로서 커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팩스턴과의 1년 계약은 그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성격하는 짙다. 선발투수 자원만 8명으로 자리가 꽉 들어찼지만 이것이 다저스와 커쇼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진 않는다. 재활 기간을 커버하는 형태의 2년 계약으로 다저스가 커쇼의 올 시즌 후반, 내년 복귀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지난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돼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16년간 한 팀에만 몸담았다. 통산 425경기(422선발·2712⅔이닝) 210승92패 평균자책점 2.48 탈삼진 2944개로 활약하며 201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했다.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3회, MVP 1회, 트리플 크라운 1회, 평균자책점 1위 5회, 올스타 10회에 빛나는 화려한 커리어로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