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FA 좌완 투수 제임스 팩스턴(35) 영입을 앞두고 있다. 팩스턴과 같은 레벨로 묶이는 또 다른 좌완 FA 투수 류현진(36)의 친정팀 복귀 시나리오도 물거품될 듯하다. 유력 행선지 중 하나로 꼽혔던 뉴욕 메츠, 원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친정팀 다저스도 류현진의 팀이 아니었다.
미국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다저스가 팩스턴과 계약을 추진 중이다’며 1200만 달러 수준 계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LA타임스’ 잭 해리스 기자도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와 팩스턴의 계약이 가까워지고 있다. 1년 1200만 달러 범위의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며 계약이 임박했다고 알렸다. 우리 돈으로 약 160억원 수준이다.
다저스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 달러) 쟁탈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와도 5년 1억3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데 이어 거포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1년 2350만 달러)도 영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저스는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추가 보강을 예고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오타니가 올해 투수로 나설 수 없는 가운데 다저스는 야마모토, 글래스노우, 워커 뷸러, 바비 밀러, 에밋 쉬헨, 라이언 야브로가 선발 로테이션을 이루고 있다. 밀러, 쉬헨, 야브로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고, 토미 존 수술 후 1년을 쉰 뷸러와 부상 리스크가 있는 글래스노우의 보험용 카드가 필요했다.
다저스의 선택은 또 다른 ‘인저리 프론’ 팩스턴이었다. 캐나다 출신 팩스턴은 193cm, 96kg 거구의 좌완 강속구 투수.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시즌 통산 64승38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 중이다. 850⅔이닝 동안 삼진 932개를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좋다. 2016년에는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7.5마일(156.9km)에 달했다.
201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해 4겨기 3승로 평균자책점 1.50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팩스턴은 2014~2015년 2년 연속 허리 부상으로 13경기씩 등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경기 이상 마운드에 섰다. 2017년 24경기(136이닝) 12승5패 평균자책점 2.98로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2018년에는 노히터 게임 포함 28경기에서 개인 최다 160⅓이닝을 던지며 11승6패 평균자책점 3.76 탈삼진 208개로 활약했다.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2019년에는 29경기(150⅔이닝) 15승6패 평균자책점 3.82 탈삼진 186개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기나긴 부상의 덫에 빠졌다. 2020년 허리 추간판 낭종 제거 수술로 5경기 등판에 그치며 양키스에서 생활이 긑났다. 2021년 시애틀과 1년 85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친정팀으로 복귀했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1경기 만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이 끝났다. 팔꿈치 재활 중이었지만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1+2년 보장 1000만 달러에 계약한 팩스턴은 지난해 여름 마이너리그에서 복귀 단계를 밟다 광배근 손상으로 계약 첫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0~2022년 3년간 6경기 21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선수 옵션을 활용해 지난해 보스턴에 남은 팩스턴은 시범경기 때 햄스트링 통증으로 개막 합류가 또 불발됐다. 5월 중순 빅리그 복귀 후 19경기(96이닝) 7승5패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101개를 기록했지만 부상 전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후반기 9경기 2승4패 평균자책점 6.98로 부진했고, 다시 FA 시장에 나온 뒤에는 예전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나이로 부상 리스크까지 더해져 새 팀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95.2마일(153.2km)로 끌어올리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고, 선발 뎁스 보강을 원하던 다저스가 팩스턴에게 관심을 보이며 계약 직전까지 왔다. 4~5선발 카드로 다저스 선발진에 부족한 경험을 더해줄 자원이다. 아울러 야브로를 제외하면 좌완 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좌우 밸런스까지 맞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저스가 팩스턴을 영입을 완료한다면 류현진의 친정 복귀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진다.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으로 올 여름 복귀를 목표로 하는 레전드 좌완 클레이튼 커쇼와의 재결합 여지도 남겨둔 다저스라 더 이상 선발진에 추가 영입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같은 좌완 투수 팩스턴이 들어오면서 류현진의 친정 복귀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발됐다.
새해도 어느덧 1월 중순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류현진의 행선지는 묘연하다.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인 뉴욕 메츠는 좌완 션 마네아를 2년 28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추가 영입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몸값이 떨어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최근 4년간 몸담았던 토론토도 류현진과 재계약 대신 쿠바 출신 강속구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다저스까지 류현진의 행선지에서 제외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류현진 영입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언론 예상일 뿐 구체적인 관심 소식이 전해지진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각 팀들이 하나둘씩 선발진 구성을 마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에게도 점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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