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김혜성(24·키움)도 시즌 후 포스팅을 예약했다. 두 선수와 함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유망주 ‘TOP10’에 들어간 강백호(24·KT)도 뭔가 보여줄 때가 됐다. 이제는 반등해야 한다.
유망주 평가에 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2009년 WBC를 앞두고 대회에 출전하는 국제 유망주 랭킹을 매겼는데 5위 류현진, 9위 김광현 포함 상위 10명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7년 4위 김하성, 6위 양현종도 훗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BA는 지난해 3월 WBC를 앞두고 다시 국제 유망주 랭킹을 선정, 발표했다. 1위 투수 사사키 로키(일본), 2위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일본), 3위 3루수 무라카미 무네타카(일본), 4위 외야수 이정후(한국), 5위 투수 리반 모이넬로(쿠바), 6위 투수 라이델 마르티네스(쿠바), 7위 1루수 강백호(한국), 8위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쿠바), 9위 2루수 김혜성(한국), 10위 투수 미치 넌본(호주) 순이었다.
이 중 야마모토는 12년 3억2500만 달러로 빅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에 LA 다저스와 계약했고, 이정후도 6년 1억13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 출신 선수로는 최고 대우에 진출했다. 빅리그 꿈을 이루기 위해 쿠바 탈출한 로드리게스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16일 키움 구단이 선수 의사를 존중해 시즌 후 김혜성의 포스팅을 허용하기로 했다. 24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빠른 발과 운동능력, 2루뿐만 유격수가 가능한 수비력, 매년 발전을 거듭 중인 타격 능력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슷한 유형인 김하성(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것도 김혜성에겐 호재다.
이정후에 이어 김혜성도 예비 빅리거 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강백호에게 다시 시선이 향한다. 김혜성보다 두 계단 더 높은 7위로 강백호를 평가한 BA는 지난해 3월 ‘강백호는 18세의 나이로 KBO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고, 데뷔 후 한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모든 공에 크고 파워풀한 스윙으로 데미지를 주는 인상적인 타자다. 오버 스윙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잘 안다. 모 아니면 도 같은 접근법에도 불구하고 공을 컨택할 수 있는 손과 눈의 협응력, 배트 스피드를 갖고 있다’고 호평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오른쪽 새끼발가락 골절, 왼쪽 햄스트링 손상, 오른쪽 내복사근 손상 등 거듭된 부상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으며 하락세를 거듭했다. 2022년 62경기 타율 2할4푼5리(237타수 58안타) 6홈런 29타점 OPS .683로 최악의 해를 보냈고, 지난해에도 시즌 전 WBC 세리머니사에 이어 시즌 중 느슨한 수비로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71경기 타율 2할6푼5리(238타수 63안타) 8홈런 39타점 OPS .763에 그쳤다.
2년 연속 시즌 절반도 못 뛰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1군 7시즌 등록일수를 채워 해외 진출 자격을 얻지만 김혜성처럼 포스팅을 예고할 수 없었다. 최근 2년 부진으로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아직 나이가 만 24세로 젊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2년 시간을 벌었다. 올해 반등만 한다면 충분히 다시 메이저리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부터 포지션을 1루수에서 다시 외야수로 옮긴 것도 선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