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복덩이’ 홍건희(32)의 FA 잔류 협상이 세 번째 만남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출국이 어느덧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주일 내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 구단과 홍건희 측은 지난 18일 세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앞선 두 차례의 만남과 달리 양 측의 이견이 어느 정도 좁혀졌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로의 기준점을 제시한 뒤 계약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방식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계약 규모에 차이가 있어 이승엽 감독이 바라는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FA 최대어’ 양석환을 잔류시킨 두산은 홍건희 역시 잔류 기조를 세우고 지난해 11월 30일 선수 측과 처음 만남을 가졌다. 첫 협상부터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큰 소득 없이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홍건희가 에이전트를 교체한 가운데 다시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지만 역시 유의미한 결과는 내지 못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두산 이승엽 감독이 지난 15일 창단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건희는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구단에서 잘해주시겠죠”라며 직접 프런트에 홍건희 계약을 요청하기도 했다.
두산은 이미 홍건희 측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상태. 잔류 기조를 유지하되, 샐러리캡 기준에 부합하는 금액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샐러리캡을 타이트하게 맞춰놓은 상태다. 우리가 생각하는 홍건희 계약의 적정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FA 계약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구단이 측정한 홍건희의 레벨에 적합한 계약 조건을 선수 측에 제시했다.
홍건희는 타 팀 이적 시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및 연봉 200% 또는 연봉 300%가 수반되는 A등급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 이에 지난해부터 원소속팀 잔류라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홍건희 측 또한 정상급 필승조 자원인 선수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두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 홍건희는 두산의 새 시즌 클로저 후보이자 투수조장 적임자로 꼽힌다.
홍건희는 지난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2023년 두산 이승엽호의 클로저로 낙점되며 뒷문지기 역할까지 수행했다. 부진으로 인해 막바지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64경기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준수한 성적으로 예비 FA 시즌을 마쳤다.
두산은 다음 주 홍건희 측과 다시 약속을 잡고 네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릴 계획이다. 두산 선수단이 오는 29일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에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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