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많이 맞는 것 같다.”
‘몸에 맞는 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최정(SSG)이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19시즌 통산 사구가 328개로 KBO리그를 넘어 전 세계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공에 맞았다. 자석처럼 몸에 공이 붙는다는 의미에서 ‘마그넷(Magnet) 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화에도 최정처럼 공에 잘 맞는 선수가 있다. 최정과 같은 최씨 성을 가진 포수 최재훈(35)이다. 통산 사구 133개로 역대 공동 13위인 최재훈은 현역 선수 중 최정, 양의지(두산·163개), 강민호(삼성·154개) 다음으로 많이 맞았다. 타석당 사구로 따지면 최재훈(24.7타석)이 최정(27.1타석), 양의지(33.6타석), 강민호(53.6타석)를 능가한다.
한화로 이적한 2017년부터 최근 7년간 사구는 109개로 최정(144개)에 이어 2위. 2022년 21개, 지난해 23개로 최근 2년 연속 사구 20개를 넘겼다. 시즌 중에는 공에 맞은 자국과 멍이 몸 곳곳에 선명했다. 아찔한 사구가 여러 번 있었지만 최재훈은 큰 부상 없이 2017년부터 7시즌을 풀타임으로 보냈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구에 대해 최재훈은 “최씨가 많이 맞는 것 같다. 정이형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나도 마그넷 최”라며 웃은 뒤 “맞아서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공을 안 피하게 된다. 선배로서 맞고서라도 출루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다”며 “올해도 출루율을 높여 다음 타자들이 편하게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2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44명 중 출루율 10위(.384)에 오를 정도로 최재훈은 출루 능력이 뛰어난 포수다. 포수 중에선 양의지(.405) 다음 2위. 볼을 잘 골라내 2021년 시즌 중반부터 2번타자로 테이블세터를 맡기도 했던 그는 공에 맞는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출루형 포수’로 거듭났다.
최재훈의 독종 마인드는 가족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 결혼한 뒤 슬하에 아들, 딸을 둔 최재훈이지만 신혼 여행을 포함해 가족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야구를 쭉 잘한 것도 아니었고, 연봉도 낮았다. 비시즌이라도 운동 열심히 해서 야구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화에 오기 전까지 두산에서 양의지의 그늘에 가린 백업으로 야구에 목마른 시절이 있었다. 2021년 시즌 후 5년 54억원으로 FA 대박을 터뜨린 뒤에도 최재훈의 마인드는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길지 않다. 마지막까지 야구에 집중한 뒤 (은퇴하고) 편하게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이 최재훈의 진심이다. 멀리 여행을 가진 않지만 집이나 키즈 카페 등 일상 속에서 최대한 많이 아이들과 놀아주며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한화에는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고참 선수로서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최재훈은 “FA 계약 이후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컸다. 선배들도 많지 않아 이야기할 사람도 적었다”며 돌아본 뒤 “힘들 때 끌어줄 수 있는 좋은 선배들이 있어야 어린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 많은 베테랑들이 오면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후배들이 좋은 것을 보고 뺏어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같은 포수 포지션에 2년 선배 이재원이 들어온 게 반갑다. 최재훈은 “우리 팀 포수 중 내 나이 또래가 없어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재원이형은 주전으로 우승을 여러 번 해본 포수다. 우리 어린 포수들뿐만 아니라 나도 재원이형의 좋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며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팀이 올라가야 한다. 다른 팀들이 얕잡아볼 수 없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한화 만나면 무섭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해야 어린 선수들도 더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 올해 가을야구를 목표로 내년, 내후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로 한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